3·1절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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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1운동 62주년을 보대면서 우리는「국경일」의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기보다 두려운 마음이 깊어짐은 무슨때문인가.
이날을 맞을때마다 우리선조의 슬기와 용기에 대해 감격하고숨막하게 됨은 당연하지만 분단과모멸로 얼룩진 우리현대사를 돌아보며 통한 또한 느끼지 않을수 없다.
3·1운동의 의미는 그래서 오늘에 다시한번 냉정하게 반성하지 않을수 없다.
3·1운동은 먼저 우리민족의 일체화된 민족정신의 표현이란 점에서기억되어야겠다.
4천여년의 긴 역사속에서 이민족에 침탈되어 주권을 상실하고 그들의 압제에 시달려야했던 우리민족이 스스로 자신의 본질을 자각하고 자기의 정체를 확인함으로써 침약자에 거세게 항거함으로써 「민족일체화」를 실현한 사실로써 우리는 1919년3월1일의 역사적 민족봉기를 평상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당시 민족의 주체성을 비로소 자각하였을뿐아니라 세계정세의 흐름을 잘 파악하였으며 치밀한 계획으로 운동을 꾸미고 추진함으로써 역사의 보기를 마련하였다. 3· 1운동이 가져온 결과가 곧바로 민족독립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실때문에 3·1운동 그자체의 의미와 실체가 혹 의심되고 평하되는 경우도 있으나 세계사속에 전개된 민족의지의 일체화의 행동이야말로 더할나위 없는 점진적 의의를 갖는다.
이같은 역사에 남긴 일체화한 민족의지는 바로 우리 민족의 영구불위할 존재증명이 될뿐아니라 스스로인류역사에 향도자로서 기여할 명분과 자격을 확보한 것도 된다.
3·1운동이 있음으로써 국내적으로는 일제의 지배정책에 수정이 부가피했으며 국제적으로는 이웃나라 중국에 커다란 자극을 주어 5·4운동을 일으키게 한것이다.
뿐더러 3·l운동은민주적으로 비폭력·평화적으로 전개됨으로써 강권주의·침략주의에 가강 현명하게 저항하였다는 훌륭한 사범도 보여주었다. 폭력으로 폭력에 대항하는것은 폭력의 악순환을 결과한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
이 운동이 인간의 가강 근본적인 생존권을 위한 투쟁이요, 최후의 양심을 표현하는 성스러운 자유수호의 싸움이었으면서도 폭력과 파괴를 피하고 정정당담한 평화주의의 태도를 끝까지 고수한 점에서도 그 위대성이저절로 밝혀진다.
이같이 3·1운동의 역사성을 되새기면서 우리는 우리앞에 놓여진 현대의 과제앞에 옷깃을 여미며 진지하게 반성·경회하지 않을수 없다.
그것은 선인들이 양심과 민족애에뿌리를 두고 떳떳하게 대의를 밝히며 민족의 일체화를 이루었던 것과는 달리 오늘날 우리의 민족분단과 사회정의를 실현하는데 있어 부끄러운 역사를 거듭해온 사실때문이다.
반토막의 국트위에 비록 주재를 찾았다곤하나 민주·정의를 실현해야하는 우리의 과제는 아직도 힘겹고크기만 하다.
「3·l독립선언서」가 이미 『무력의시대는 가고 도의의 시대는 다가온다」고 하였지만 6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도의의시대」는 멀기만한 것이 세계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3·1운동은 바야흐로 민족적 자주독립정신의 상미으로 그치지않고 자유와 민주와 정의의 역사적 실현이라는 세계사적 차원의 과제로 승화되어야할 당위를 발견하게된다.
3·l운동이 역사교과서속에서 그저 낮잠자게 되는 것으론 부족하다.
또 매년 연중행살로 기념식을 을리면 되는 것으로 끝나서도 안된다.
3·1운동의 참다운 의미는 오늘의 현실속에서 구체적으로 유해없이그 정신을 살려 실천하는데 있다. 그것은 민족의 대의이기도하고 인현의 진리이기도한 올바른 사회를 이루어놓겠다는 끈질긴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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