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법 노동운동에 강경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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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철도 노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향후 노동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친노동'으로 기울던 새 정부가 철도노조에 대해선 의외로 강경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도 예상치 못한 정부의 강경방침에 적잖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특히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개혁원칙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두산중공업 분규 때 노조편을 들어주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여서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도 주목하고 있다.

◆'노조 편들기' 바뀌나=정부는 이 기회에 무조건 '노조 편들기'로 일관하지만은 않겠다는 뜻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의 한 위원은 "두산중공업식 해법이 다른 대규모 사업장에서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사안별로 달리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새 정부의 노동정책 브레인들은 대기업.공기업의 대형 노조가 중소.영세기업의 노조나 비정규직 등 힘없는 근로자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명분이 없는 '밥그릇 싸움'식의 파업에는 의외로 강경하게 대처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철도노조에 대한 대응이 첫 시험대인 셈이다.

◆여론반응도 고려=당장 일상생활과 직결된 철도가 마비될 경우 여론이 정부의 노동정책에 힘을 실어주기보다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론의 동향에 민감한 새 정부로서는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또 철도파업은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를 자극할 위험이 있으므로 처음부터 강하게 대응하자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동향에 신경을 쓰는 것은 노조도 마찬가지다. 파업에 쏠리는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또 파업 찬반투표의 찬성률이 재적 조합원의 51.4%, 투표참여 조합원의 57%에 그쳐 무작정 강경으로 치닫기도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구조개혁은 강행=철도산업 구조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구조개혁을 하지 않을 경우 오는 2020년까지 약 50조원의 재정부담이 돌아온다는 것이 정부 예상이다. 국민 1인당 약 1백만원씩 거둬야 철도를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개혁을 미루면 여론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재정적자 증가로 인해 대외 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특히 이번에 물러서면 향후 공기업 구조개혁에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도 정부의 강경대응의 배경이 되고 있다.

김기찬.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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