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장성호, '왼손의 달인'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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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피 vs 붉은 피.

올 시즌 프로야구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삼성과 기아가 22일부터 대구에서 3연전을 펼친다. 올 시즌 1차대전이다. 선봉은 양준혁(삼성)과 장성호(기아)가 될 듯하다. 이들은 최근 팀에서 컨디션이 가장 좋다.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면서 시즌 초반 날카로운 방망이를 휘두르는 양준혁은 타격 1위(0.451)에 득점권 타율이 무려 6할이나 된다. 9타점.8득점.2홈런 등 어디 하나 모자람이 없다.

상대가 기아라면 양준혁의 방망이는 더욱 매서워질지도 모른다. 양준혁은 1998년 삼성이 임창용을 영입하면서 기아의 전신인 해태로 트레이드된 경험이 있다.

그는 "내 몸에는 파란 피가 돈다(파란색 유니폼을 입는 삼성의 영원한 선수)"며 트레이드를 거부했다가 잠적 소동 끝에 결국 해태에서 뛰었다. LG를 거쳐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양준혁은 "기아에 대해서는 자신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기아의 장성호는 시즌 타격 5위(0.388)에 최다 안타(19개) 1위다. 3번타자이면서도 득점(12)은 전체 1위다.

두 선수의 대결은 국내 야구 최고의 왼손 교타자를 가린다는 의미도 있다. 통산 타율 0.325인 양준혁과 0.313인 장성호는 국내 현역 왼손타자 중 가장 정확한 타격을 자랑한다. 역대 통산 타율 1위인 장효조(0.333)보다 떨어지지만 이승엽(0.305).이병규(0.311)보다 낫다.

양준혁은 대학과 상무를 거친 후 93년 24세 때 프로에 진출해 데뷔 첫해부터 9년 연속 3할대 타율을 때리며 네차례 타격왕에 올랐다.

고졸인 장성호는 19세 때 프로에 입단해 3년차인 21세 때부터 5년 연속 3할대를 쳤다. 지난해 타율 0.343으로 타격왕에 오르는 등 전성기에 접어들고 있다. 장성호는 "99년 양준혁 선배가 해태에서 뛸 때 배팅 기술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정말 훌륭한 타자"라고 말했다.

양준혁은 "장성호는 내가 인정하는 몇 안되는 타자 중 하나다. 지난해가 아니라 2년 전께 타격왕을 했어야 하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두 선수의 목표는 모두 타격왕이다. 피의 색깔이 달라서인지 라이벌 의식은 더욱 강하다.

한편 18일 벌어질 예정이던 잠실.광주.문학.대전 구장 경기는 모두 비로 연기돼 19일 오후 2시 더블헤더로 벌어진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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