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표식용유 유해냐 무해냐|법정싸움으로 번진식용유의 산가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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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표」식용유가 「인채에 해롭다」「그렇지 않다」로 한국부인회측과 동방유량측의 팽팽한 주장이 법정으로 비화했다. 한국부인회는 지난달29일 식용유품평회를 갖고 『해표식용유의 산가가 법정허용치인 0.2의 3배인 0.6으로 인체에 해롭다』고 발표했다. 이에대해 해표식용유의 「메이커」인 동방유량측은 해표식용유의 산가가 0.026이라고 주장, 『한국부인회의 잘못된 발표로 상인들로부터 대량 반품소동까지 빚었다』며 한국부인회를 검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소비자보호단체가 특정업체의 제품을 잘못 평가했다하여 검찰의 수사를 받게된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일반의주목을 끌고있다. 양측의 주장과 문제의 식용유를 실험했던 연세대공해연구소의 의견을 들어본다. <사회부>

<동방유량의 입장>8가지 정제공정거쳐 제조|사전통보없는 발표는 잘못
동방유량 상무 신현정씨(42)는 해표식용유의 산가가 0.6이라는 한국부인회의 발표는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씨는 지난 1월29일 한국부인회가 연세대공해연구소(소장 권숙표박사)고대 유태현박사등 식품전문가들과 10여명의 주부들이 모인 가운데 『해표식용유의 산가가 0.6』이라고 발표했으나 제조회사인 동방유량에 사전에 한마디 통보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무는 소비자보호단체인 한국부인회가 소비자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품평회를 갖는것은 바람직하지만 상품제조회사인 동방유량에 답변할 기회를 주지도 않고 사설단체의 검사결과만을 발표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지난 1월29일이후 KBS-TVR등 일부보도를통해 이같은 결과가 발표되자 보사부와 검찰등 관계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서, 회사측으로서는 해표식용유의 공정한 산가를 소비자들에게 밝히기위해 조사당국에 진정을 했을뿐 소비자보호단체인 한국부인회의 활동을 비방할 의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또 『해표식용유는 국제적인 식용유기계제조「메이커」인「스웨덴」의 「알파다발」사에서 탈산기계를 구입, 전자동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불량상품이 발생할수 없다』고 말했다.
해표 식용유의 생산공정은 원유에서 기름과 다른 성분을 빼내는 탈껌 공정, 산가를 낮추는 탈산공정, 색을 윤택하게하는 탈색공정, 악취를 없애는 탈취공정등 8회에 걸쳐 엄정한 분석을 통해 제조되고 있으며 더우기 산가 분석은 탈산공정에서만 이루어지는것이 아니라 8가지 공정을거쳐 40회이상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산가0.6짜리 제품은 나올수 없다고 주장했다.
뿐만아니라 회사 자체에서 연2회 국가공인기관에 검사를 의뢰하고있으며 보사부등 관계당국에서 불량식품단속등 정기적으로 검사하고있는데 지난63년부터 해표식용유가 산가문제로 물의를 빚은적은 없었다.
신씨는 제품유통과정에서 직사광선을 오래 쬐거나 높은 온도에서 장기간 보관할 경우 변질이될 가능성은 있으나 해표식용유는 2중포장이기때문에 그럴 위험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부인회의 입장>수거과정서의 잘못 없었다 산가높아 두차례 분석의뢰
한국부인회측은 문제가된 해표식용유를 지난달6일부터 12일까지 1주일동안 서울시내에 사는 13개지부 임원30명을 통해 신촌·동대문시장등 12개시장과 5곳의 주택가 가게에서 산것과 소비자들이 사용중인 것을 수거해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부인회측은 지난달 26일 연구소로부터 감정한 해표식용유가 법정 산가허용기준치 0.2의 3배인 0.6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았으나 함께 의뢰했던 삼양식용유·백설표 식용유등은 산가가 0.1로 크게 차이가 있어 그날로 『재감정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월28일 다시 해표식용유의 산가가 0.6이라는 통보를 받아 다음날인 29일 교육회관8층 강당에서 식용유 품평회를 갖고 이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한국부인회측은 시장이나 가게에서 수거한 식용유 포장 완제품을 끓는물에 소독한후 2일동안 완전 건초시킨 2홉들이 소주병20개에 나누어 검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또 수거한 식용유를 소독한 병에 넣어 「비닐」등으로 완전 밀봉한뒤 회사를 가려낼수 있도록 병에 번호를 기재, 상자에넣은뒤 지난달 12일 황송자 사업부장등 2명이 연세대공해연구소를 찾아가 실험을 의뢰했다. (1회 실험료 15만원)
부인회측은 『사전에 공해연구소로부터 수거방법등을 지도받아 유제품을 수거했기 때문에 수거과정에서 하등의 잘못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부인회는 81년을 「유해상품 추방의 해」로 정하고 총4백47만원의 예산을들여 연6회의 상품품평회를 열기로 예정돼있으며 이 사업의 일환으로 판매중인 모든 식용유를 감정했다고 밝혔다. 한국부인회는 전국 시·군·읍 2백15개 지부를 설치하고 회원은 1백57만여명을 가진 사단법인.
여성지위향상을 위한 여성교육과 소비자보호활동, 무료법률상담등을 펴며 소비자보호부를 설치, 불량상품을 고발받는 「불만의창구」를 통해 하루평균2∼3건씩, 지난80년 한해 1천5백84건의 고발을 접수, 1천4백69건에대해 현금환수나 다른제품으로 바꾸어주는등의 방법으로 처리했다.
박금순회장은 수거상품 결정단계에서 「라이벌」업체의 사주를 받거나 금품이 개재된것처럼 일부에서 보도된것은 당치도않은 일이며 이는 철저히 가려 명예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지난63년 전신인 대한부인회를 모체로 발족한 한국부인회는 2개월마다 「소비자보호」라는 책자 5천부를 발간, 전국지부및 관련기관에 배포하고 있다.

<연세대공해연구소 입장>정부기준따라 산도만 측정|유해해석은 연구소완 무관
연세대공해연구소 소강 권숙표교수는 『식품위생관리에 대한 보사부의 식품첨가물 규격기준에 따른 공정시험법으로 산가를 측정, 그결과를 한국부인회측에 통보했을뿐이라며 이에대한 해석은 한국부인회측에서 임의로 한것이라고 밝혔다.
권교수는 지난1월8일 한국부인회에서 식용유를 2홉들이 소주병과 고량주병등 44개병에 일련번호를 붙여 보내와 이를 검사했다고 말했다.
권교수는 이같이 소주병등에 번호만 붙여 보내는 것은 검사자나 검사기관에서 어느 회사제품인지 알지 못하도록 하기위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권교수는 이에따라 병에든 식용유를 조사한 결과 번호는 기억할수 없으나 어떤 식용유의 산가가 0.6으로 기준치보다 3배나 높아 재차 조사했으며 그래도 0.6으로나와 그결과를 한국부인회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권교수는 해표식용유인지는 모르나 0.6으로 나온것은 사실이며 한국부인회측이 품평회에서 『산가가높으면 쥐도 죽는다』고 발표한 내용은 자신들과 관계없는 견해라고 말했다.
권교수가 사용한 산가측정방법은 우선 시험대상의 식용유를 「프라스코」에 담아「에틸·알콜」로 녹여 용해된 식용유에 「인디케이트」(지시약)를 넣어 다시 「알칼리」로 측정해 색의 변화에따라 산가를 계산했다고 말했다.
권소장은 산가가 높을경우는▲정제가 나쁠 때▲정제된 식용유가 과다하게 광선을 쬐었을 때▲식용유를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을 때 식용유가 부패되거나 산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하고 해표 식용우의 경우 직사광선을 많이 받아 산가가 높아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소장은 식용유가 부패되면 산화되는 과정에서 식용유속에 「하이드라·파·옥사이드」라는 이물질이 생겨 자가분해하면서 산화가 촉진돼 산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동연구소 실험담당 조교 임동구씨(28)는 『「샘플」수거과정에서 연세대공해연구소측이 직접 한 것이아니고 비전문가 부인회측이 한 것이기 때문에 채취과정에서 불순물이 들어가거나 변질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이같이 수거·운송과정에서 일어날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연구소측이 책임질수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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