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온종일 유족 설득…"재협상은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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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새벽 1시10분 장장 6시간에 걸친 의원총회가 끝난 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이 기자들 앞에 섰다. 의원들은 그가 들고온 새누리당과의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을 “유가족들을 더 설득하라”며 퇴짜를 놓았다.

 ▶기자=“(세월호 특별법)합의안 추인이 보류됐는데.”

 ▶박 위원장=“의원들은 이해를 하신 거구요. 유족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단계가 필요한 겁니다.”

 ▶기자=“유가족 설득에 직을 걸 생각인가.”

 ▶박 위원장=“하~(깊은 한숨을 쉬며) 그런 건…”

 아침 8시10분 박 위원장이 자택을 떠나 달려간 곳은 국회가 아니라 광화문이었다. 단식중인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김 씨 옆에는 김 씨의 단식 중단을 요구하며 이날부터 “내가 대신 단식하겠다”고 선언한 문재인 의원이 앉아 있었다. 박 위원장은 김 씨를 위로했지만 유족들이 전날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합의한 안을 재협상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선 “그건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오후 4시20분 박 위원장은 직접 경기도 안산을 찾았다. 여야의 합의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는 유가족 총회가 오후 7시 도립안산미술관에서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총회에 앞서 유가족 설득에 직접 팔을 걷어 부친 것이다. 박 위원장은 오전에만도 정책조정회의(오전 10시)-세월호 특별법 합의안 대책회의(오전 11시)를 연이어 주재했다. 대책회의를 하던 중 전날 유가족에 대한 설득 역할을 맡았던 전해철(안산 상록 지역구) 의원과 박 위원장 사이에 “내가 바보야?”(전 의원) ,“아니 그게 아니고~”(박 위원장) 등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유가족 설득이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방증이었다.

 박 위원장은 ▶안산 유가족 담당 ▶광화문 유가족 단식중단 촉구팀 ▶민변과 대한변협 등 법조계 담당팀 ▶시민사회 등 외곽담당팀 등 4개팀을 의원들로 꾸리는 등 유족·시민사회에 대해 필사적인 설득 작업을 병행했다. 하지만 진퇴양난이다. 합의안에 반대하는 유가족들과, “유족들의 동의를 받아와야 합의안을 추인하겠다”는 소속의원들 사이에 끼여있다.

 그에게 선택지는 몇 개 되지 않는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유족들을 설득해 여야 합의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길이다. 하지만 유가족의 반대가 완강해 이같은 해피엔딩이 실현되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현재로선 끝내 유가족 설득에 실패하더라도 그가 현재의 합의안을 그대로 밀어부칠 가능성이 크다. 적당한 시점에 의원총회를 열어 합의안에 대한 추인을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의 측근들은 “다시 여당과 재협상하라는 건 위원장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하라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실제로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다시 한번 합의를 뒤집으면 박 위원장뿐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 전체가 공멸”이란 인식이 퍼져있다. 하지만 당내 강경파 의원들과 유가족들이 연대해 박 위원장을 공적(公敵)으로 삼아 공격할 경우 그가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루 일과 전체를 유가족 설득에 통째로 ‘올인’한 20일과 같은 긴 하루가 당분간 박 위원장에게는 계속될 것 같다고 측근들은 말했다.

서승욱·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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