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새 공부법에「영감님」들도 진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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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5만원쯤 더 내놓기도>
과장급 공무원의 월 판공비 및 정보비가 올부터 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오르자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해당과의 후생비 등으로 얼마를 떼어 놓아야할지 몰라 고민.
이는 대부분의 과장들이 지금까지는 매월 판공비 및 정보비 명목으로 지급된 5만원을 모두 과 후생비 등으로 남겨두었지만 이제는 적지도 않은 돈을 모두 찾아가자니 부하 직원들 대하기가 민망하고 떼어놓자니 아까운(?) 생각이 들뿐 아니라 얼마를 남겨두어야 할지 망설여지기 때문.
어떤 과장은 지난 1월 봉급 때 종전처럼 5만원만 남겨놓고 15만원을 찾아갔는가 하면, 또 다른 과장은 10만원을 떼어놓고 10만원을 찾아가면서 다른 과의 눈치를 살피는 등 마음이 편하지 않은 표정들.
어느 부처는 이 바람에 긴급과장회의를 소집, 통일된 기준을 마련, 매월 5만원씩 떼어놓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과에 미리 형편이 어려울 때는 5만원을 더 내놓기로 했다는 것.

<고시 다시 치르는 느낌>
서울지검의 형사부와 특수부 검사들은 사회보호법 시행에 따라 검사가 피의자에 대한 감호 청구를 하게 되자 새 법을 공부하느라 부산.
서울지검은 특히 이 법이 너무 어렵다는 여론이 일자 검사들에게 해설집을 나누어주고 특별교육을 실시하면서 시행에 착오가 없도록 할 것을 당부.
한 검사는『새 법이 너무 자주 나오는데다가 모두 내용이 어려워 마치 고시공부를 다시 하는 느낌』이라며 해설집에 빨간 줄까지 쳐가며 암송.
또 어느 부장검사는 새 법전을 구입하려해도 새 법이 모두 실린 법전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며 푸념.

<형사계장의「징크스」>
서울 성북 경찰서 1층에 자리잡고 있는 형사 계장실은 넓이가 3평 정도로 작은 방이긴 하지만 책상이 북서쪽으로 비스듬히 놓여있어 방문객들을 어리둥절케 하기 일쑤.
비록 좁은 방이긴 하지만 책상을 정서쪽으로 놓을 수 있는데도 북서쪽으로 어중간하게 배치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소건영 계장은『책상이 서쪽으로 놓이면 강력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는「경찰전래의 미신」때문』이라고 설명.

<과욕과 명분에 얽매여>
문교부가 정부의 5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의 하나로 마련한 교육발전계획안은『의욕만 앞선 채 실행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중평.
진학률이 96%에 이른 중학교육을 대외적 명분에 얽매여 6천5백억원의 재원을 투입하면서 의무교육으로 하겠다는 것이나, 1학급 학생 수가 1백명이 넘는 과밀학급이 있는 현실에서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34명으로 하겠다는 것은 사치가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
정부의 예산 규모가 30%씩 늘어나는 것을 전제하고도 이를 위해 계획기간 중 매년 5천억원의 추가재원을 필요로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으로 문교부는 교육세 신설을 은근히 기대.
국민의 세 부담능력도 문제지만 구체적으로 이만한 시설투자를 한 뒤 어떤 형태의 교육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제시는 않고 있어 어느 정도 호응을 받을지 의문.

<"돈 반납하겠다" 배짱>
서울대가 올해 처음으로 배출하는 자연계 석사과정의 교수요원 3백명 중 10%에 이르는 30여명이 졸업을 앞두고『재학 2년 동안 면제받은 등록금과 월5만원씩의 장학금 등 2백여 만원을 반납하겠으니 교수요원으로서의 의무를 면제해달라』고 간청, 대학 당국은 이들의 처리문제로 고민.
이들은 대부분 여학생이거나 병역면제처분을 받은 남학생들로 교수요원에게 주어지는 또 하나의 특전인「군복무기간단축」이 자신들에게는 의미가 없고 문교부가 지정하는 대학에서 l년간 강사로 근무해야 하는 의무규정이 싫다는 것. 거기다 문교부에서 지정하는 대학이 연고가 전혀 없거나 무명의 학교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크게 작용한 듯.
서울대 당국자는 이에 대해『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태도가 얄밉다』면서『이들 때문에 정작 교수요원이 되기를 원하면서도 성적이 약간 떨어져 탈락한 학생들만 억울하게 됐다』고.
뿐만 아니라『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그것이 선례가 돼 앞으로도 그와 같은 학생들이 속출할 우려가 있어 그 처리가 걱정』이라고 했다.
교수요원 장학제도는 문교부 계획에 따라 지난 79년부터 서울대와 충남대에서 처음 실시된 것으로 서울대는 올해부터 박사과정에도 교수요원장학생 1백명을 선발할 예정.

<최근 10년간 날씨조사>
선거주무부인 내무부는 이번 대통령 선거인 선거투표율이 예상외로 낮아지지 않을까 조바심하던 중 11일 하오5시쯤 70%선을 넘어섰다는 비공식 집계가 나오자 모두 안도의 빛을 띠었고, 서정화 장관은 즉각『국민에게 감사한다』는 담화문을 발표.
김형배 지방행정국장은「겨울선거」라 은근히 투표율이 저조할 것을 걱정했다면서 관상대의 협조를 받아 최근 10년간의 2월11일 날씨를「체크」한 결과 맑은 날과 흐린 날의 비율이 7대3이어서 약간은 자신을 가졌었다고 털어놓기도.
투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내무부 직원 80여명이 철야 근무를 한 상황실에는 이날 하오 내무부 출신 장관인 고건 교통부장관, 정종택 농수산부장관도 들러 직원들을 격려.

<희비 갈린 법원 행정처>
법원 행정처가 최근 3급갑 이상 일반직 공무원의 처우 개선 내용을 발표하자 3급을 이하 직원들은『하위직에 대한 처우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이 없다』며 투덜투덜.
3갑 이상의 직원 처우개선내용을 보면 2월부터 법관에 대해서는 직책급·정보비 등 최저 월35만원의 수당을 주고 2급을 32만원, 3급 갑 직원에 대해서는 21만3천원의 수당을 지급한다는 것.
한편 처우가 개선된 일부 간부 직원들까지도『이번 조치가 지금까지 다른 부처보다 적었던 법원 공무원 수당을 현실화한 것뿐인데 유독 법원 공무원의 처우만 크게 개선하는 것처럼 발표됐다』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기도.

<두손든 합승 택시 제도화>
「택시」합승을 제도화하려던 교통부 당국의 움직임이 시청·시경 등 일선 실무자들의 완강한 반대로 종전처럼「러시아워」때만 묵인하는 선으로 후퇴.
교통부는 해묵은「택지」합승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 부당요금 징수와 승차시비 등을 뿌리 뽑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내무부 등 관계부처와 합승제도를 추진했으나「택시」승차질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문란해진다는 실무자들의 반대로 탁상공론에 그쳤다.
두달 동안 이 계획을 다룬 교통부 실무자들도 합승요금·노선·시간 등을 정하기가 어렵고 이를 제대로 지킬 운전사도 드물 것으로 예상돼 눈치껏 반대했다면서 차라리 잘됐다는 표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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