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요지경 가혹행위…육군 총장 "병영내 구타와의 전쟁" 선포

중앙일보

입력

육군이 병영내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붕우 육군 정훈공보실장에 따르면 김요한 신임 육군참모총장은 20일 군 부대안의 구타와 가혹행위, 성추행을 근절토록 하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김 총장은 특별지시에서 “병영내에 잔존하는 반인권적 행위를 근절하지 않고는 병영문화혁신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며 “군의 단결을 저해하고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병영폭력은 이적행위와도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영폭력 완전 제거작전을 전개해 뿌리가 뽑힐 때까지 끈질기고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며 “반인권적이고 엽기적인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부대와 과거사례라도 이를 은폐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부대는 발견 즉시 소속부대 전부대원을 다른 부대로 전출시키고 부대를 해체하는 특단의 조치를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육군의 전쟁 선포는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으로 불거진 부대 정밀 진단 결과 엽기적인 행위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육군은 지난 4월 정밀부대진단에 이어 지난달부터 이달초까지 가혹행위 사례를 수집해 왔다.

육군이 이날 공개한 10여건의 가혹행위 사례에는 윤 일병의 가래침 핥기에 버금가는 엽기적인 행동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강원도 화천 모 부대에서는 상병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후임병 4명을 대상으로 폐품 반납 예정이던 부식용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오도록 했다. 또 근무중에는 홧김에 대검으로 찌르거나 구타도 일삼았다.

또 경기도 포천에 있는 모 부대에선 지난 5월 상병이 후임병 2명에게 근무요령을 숙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검으로 신체를 쿡쿡 찌르고, 손으로 파리를 잡아 후임병사의 입에 넣는 가혹행위도 있었다. 춘천의 모 부대에선 올초부터 이달초까지 병장이 후임병 5명에게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로 수십차례 폭행하고 유성펜으로 허벅지에 특정부위의 그림을 그리는 등 추행을 일삼았다.

경기도 남양주 소재 모 부대에선 중사가 장난을 빙자해 병사들에게 수갑을 채워 구타하고 안전벨트로 목을 조르는 등 폭행과 가혹행위, 욕설을 일삼다 발각돼 헌병대의 조사를 받고 있다. 또 화천 모 부대에선 중사가 장병을 주먹으로 때리고 귀를 깨무는가하면 훈련중에는 험한 길로 이동하도록 지시한 것에 앙심을 품고 대대장에게 공포탄 5발을 발사한 혐의로 입건됐다. 이밖에도 육군은 후임병을 껴안거나 엉덩이 및 특정부위를 만지거나 툭툭 친 혐의로 다수의 사건을 적발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붕우 실장은 “현재 군 수사기관에서는 사실관례를 수사중에 있으며, 피의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처리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육군은 사건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바로바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