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공동성명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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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두환대통령과 「레이건」미대통령간의 한미공동성명은 80년대의 두 나라간 협력과 우의를 발전시켜 나갈 기반을 구축한 것이다.
14개항의 이번 공동성명은 그동안 두 나라간에 존재하던「불사한 요소」를 모조리 해소하고 정치·안보·경제·문화등 모든 분야에서의 관계정상화와 협력강화를 다짐함으로써 양국간의 오래된 동맹과 협력관계를 내외에 과시하고있다.
따라서 이번 공동성명은 앞으로의 한미관계를 정상적이고도 순조로운 궤도위에 올려놓는 것이며, 한미관계를 정치·외교·안보의 큰 축으로 하는 한국의 대내외적인 안정과 위신에 크게 기여하리라고 생각된다.
우선 무엇보다도 주한미군의 지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공동성명의 명문보장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지난 77년3월「카터」미행정부에 의해 제기된 주한미군철수문제는 그후 몇 차례의 곡절끝에 비록 현상동결이란 사실상의 결론에는 도달해 있었지만 한국안보에 미치는 문제의 중요성으로 인해 앞으로 다시는 논란될 여지가 없는 명백하고도 최종적인 공식결정이 미국측으로부터 나오기를 한국측은 기대해 왔던 것이다.
이 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예상과 기대대로, 또 명백한 표현으로 완결된 것은 우리안보를 위해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주한미군철수계획의 부재를 확인함과 아울러 미측은 대한안보공약의 준수, 국군전력증강을 위한 장비및 기술의 판매계속등 기존정책을 다짐했으며, 양국간의 협력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필수적」이라는 적극적인 표현을 쓰고있다.
또 대북한정책에 있어서도 미측은 한국의 남북대화재개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이상한 접촉이 있을 경우 한국도 반드시「완전히」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못박았다.
북한의 주요동맹국들의 대한상응조치가 없는 한 미국의 일방적인 대북한조치는 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방침도 함께 재확인되었다.
이는 대북한문제에 관한 한미 두 나라의 완전한 보조일치를 뜻하는 것이며, 한국내정을 비방함으로써 두 나라사이를 이문하고 소위 대미 직접 협상을 시도해 온 북한의 그동안의 획책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양국간의 각종 협의「채널」의「즉각적」인 재계합의는 공동성명이 두나라간의 새로운 협력증진의 출발이 되고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작년에 열리지 못한 연례적인 한미안보협의회를 금년봄에 열기로 한점, 한미연례경제협의회를 금년 상반기중에 재계하되 미국무차관이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할것이라는 점, 한미연례정책협의회가 금년중 열릴 것이라는 점등이 공동성명에 명기된 것이다.
이런 각종 협의가 작년에 열리지 못했던 것은 피차의 사정과「불편한 요소」를 부분적으로 반영하는 것이었던 만큼 이번 재계의 합의는 한미관계의 활성화의 구체적인 실증이라 볼수 있다. 그중에서도 연례 한미경제협의회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실상 格上·강화되리라는 시사도 있어 기대를 걸게 하는 것이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가장 새롭고, 종래에 볼수 없던 대목이 바로 경제문제인 것같다. 우선 「에너지」문제에 관해 미측이 유사시 한국의「에너지」확보에 조력할 것이라고 약속한 것은 과거에 볼수 없던 새로운 내용이며, 양국의 교역관계의 발전에 관해서도 서로 만족의 뜻이 표명됐다.
특히「레이건」대통령이 한국의 미농산물수출시장으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국의 올해 쌀수요를 두정상이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작년흉작에 따른 한국의 쌀문제를 둘러싼 모종의 중요한 합의가 막후에 있지않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밖에 한미문화교류위원회의 조기설치라든가 환태평양지역의 국제협력다짐등의 공동성명내용도 80년대의 한미관계를 보다 다양하고 풍요롭게 발전시킬 귀중한 약속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요컨대 이번 한미정상의 공동성명은 모든 분야에서의 한미간의 오래된 우호·협력관계를 재활성화시키고 앞으로의 관계폭을 확대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것이다. 그와 같은 기조에서 안보면에서는 주한미군불철수의 공식선언, 대북한정책의 보조일치, 연례협의회의 재가동등이 합의된 것으로 볼 수 있고,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한국의 경제규모확대에 따른 미측의 상응하는 인정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공식적인 공동성명의 이같은 내용의 배후에 보다 더 바람직스러운 구체적인 합의가 있을 것으로도 기대한다. 예컨대 주한미군의 불철수에 더해 이미 밝혀진 것처럼 그 전력을 오히려 증강한다거나 쌀의 확보문제, 석탄수입조건문제등을 생각할 수 있다.
또 지난 79년 박정희 「카터」공동성명이 언급한 인권문제와 한국의 「정치발전」문제에 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이들 문제가 공동성명에서 거론된 것은 인권정책을 추구한 「카터」행정부의 필요성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번에 이 문제가 빠진 것은 「레이건」행정부와「카터」행정부와의 체질차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오늘날 한국의 안정과 정치일정의 촉진, 또는 그 전망에 관한 미국측의 안도감 때문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다.
「위대한 미국」의 회복과 「힘의 우위」의 외교를 표방하는 미국 새행정부로서도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제국과 세계의 여러 맹방들에 대해 미국공약에 대한 신뢰를 과시하는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생각해보면 새로 취임하여 각기 「새시대」를 전개하려 한다는 점에서 한미의 두정상은 공통의 과제를 안고있는 셈이며「새시대」의 전개에 중요한 내용이 되는 두 나라 관계를 더강화된 협력과 우호의 기반위에 올려놓은 이번 정상회담의 의의는 각별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한미관계의 새로운 활성화와 협력의 증진을 가져온 공동성명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앞으로 그 실이 하나씩 하나씩 구체화해 나오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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