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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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나의 살년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노래다. 재롱부리며 꼴목길을 뒤어다니던 어린시절 우리들이 즐겨 노래했고 나이들어선 어느결엔가 흥얼거리게 되던 그 노래 -『고향의 봄』.
그 노래의 작가 이원수옹이 24일 「고향의 봄」을 찾아 저세상으로 떠나갔다.
붐이 오는 길목에서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참다못해 그는 그 「봄」을 마중하러 혹한속에 찾아나섰는가보다.
1925년 14살의 나이로 소파 방정환이 주재하던 「어린이」잡지에 이 동요 『고향의 봄』을 가지고 문단에 나온 그였다.
그러니까 향년71세로 그「고향」으로 되돌아 갈때까지 55년에 걸친 장구한 세월을 그는 동요·동시를 읊고 아동소설을 쓰면서 어린이와 함께 살아왔다.
한국현대아동문학 초창기에 나타나 줄기차게 아동문학의 길을걸어온 그의 생애로 해서 그는 소파이래 윤석중과 함께 가장 뛰어난 아동문학가로 평가되고 있다.「현대아동문학의 개척자」 로서 그는 외재율중심의 전통적 동에애서 내재율중심의 현실참여적 동시를 개척했고, 장편동화나 아동소설등 산문문학 정착에 크게 공헌했다. 뿐더러 아동문학이론의 정립에도 기여했다.
그의 문학정신은 『강력한 현실의식에 의한 「리얼리즘」 』 이라고 규정되기도 한다.
동시집 『종달새』 『빨간열매』 와 동화·소설『숲속의 나라』 『오월의 노래』 『참새잡던 시절』 『구름과·소녀』 『메아리 소년』 『꽃바람속에』 등이 모두 그런 정신의 소산이다
그는 저항적 현실주의 동요·동시의 선구,고발적 사실주의아동문학의 확립이라는 거대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저아이 살던 곳은 일본이던가? 독립만세 물결속에 돌아왔겠지
바라보면 서울엔 집도 많건만 내나라 찾아와서 방공호살이
봄이나 왔으면 기다린듯이 노란꽃 가만히 만지어보네.』
동시 「민들레」 는 그저 감상적푸념과 현실외면의 동심에만 휩싸이지않고 가난하고 어두운 시대 피해자입장에 서서 항거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어두운 겨울이 와도 무섭쟎아요. 얼음으로 꽁꽁 싸덮고 잘테예요』
그는 『시월강물』에서도 저항을 넘어서는 극복의 정신을 보여준다.
그가 아름답게 그린『고향의 봄』은 68년 경남마산 달성공원에 시비로 세워졌다.
마산이가까운양산에서 태어났던 그는 『고함의봄』만이아니라 『고향 바다』 도 노래하고 있다.
『봄이 오면 바다는 찰랑 찰랑 차알랑, 모래밭엔 게들이 살금살금 나오고….』
그처럼「고향」과「봄」을 그리딘 그는 절필이된『겨울 물오리」에서도 옹골찬 기개를 내밸고 있다.
『나도 이젠 찬바람 무섭지않다. 오리들아 이 강에서 같이살자」 계엄도 풀린 1월하순에 그는 우리 모두가 「같이 잘살자」 고 당부하였던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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