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계획」 극비의 작전|정상회담이 이뤄지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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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레이건」 미 대통령의 당선 후부터 우리 정부측과 「레이건」 보좌관 간에 진행되어 온 전두환 대통령의 방미 추진은 퇴임하는 「카터」 행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철저한 보안조치 속에서 진행됐다.
『「케네디」계획』으로 명명된 한미정상회담 추진작전이 『무언가 있다』 라는 「감」으로 「매스컴」에 잡히기 시작한 것은 지난 12일 서울에서 열린 구주·북미·일 공관장회의에 김용식 주미, 윤석헌 주「유엔」 대사가 불참했을 때부터였다.
그러나 정상회담으로 확실한 감이 잡힌 것은 지난 19일 아침 노신영 외무장관이 KBS와의 대담계획을 연기하고 갑자기 청와대를 다녀온 뒤부터였다.
20분 정도 청와대를 다녀온 노 장관은 기자들에게 『비동맹관계 일을 보고드렸다』고 연막을 쳤고 이웅희 청와대 대변인을 김경원 비서실장과 외무공무원법 문제를 얘기했다고 엇갈린 설명을 했다.
청와대 쪽은 그런대로 조용했지만 외무부는 이를 전후해 긴장감이 돌면서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부산했다.
김동휘 차관과 공노명 정무차관보, 미주국장 등 관계자들이 장관실을 바쁘게 오가는가 하면 한 실무자는 꼬치꼬치 파고드는 기자에게 『아무것도 모른다』를 연발하던 끝에 『당신과 나의 신상에 관계되는 극비사항을 어떻게 얘기하느냐』고 역정을 내기까지 했다.
이와 함께 외무부의 북미1과에 출입을 통제하는 팻말이 붙고 특히 의전과가 부산한 것이 고위층의 움직임, 그것도 미국 쪽이라는 감을 짙게 했다.
더구나 지난주부터 『「케네디」작전』이란 결재판을 들고 서울 P「호텔」에서 자주 목격된 청와대 공보비서실 「팀」은 「케네디」작전이 무슨 뜻이냐는 물음에 미소로만 응답해 밝은 「뉴스」란 확신을 굳혀 주었다.
○…그동안 누가 밀사로 오갔는지 분명치는 않지만 대체로 작년 11월 중순께부터 청와대 쪽 유력 인사와 안보관계에 비중이 큰 인사들이 미국을 다녀왔고 이들이 「레이건」측 핵심참모와 직접 접촉해서 교섭이 진행됐고 김용식 주미대사가 실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외교가에서 보고 있다.
21일 청와대 관계관과 외무부의 전 관계자들이 1차 선발대로 「워싱턴」을 향해 떠났고 이밖에 외무부 주요관리 몇 명도 보이지 않아 『모두들 어디 갔느냐』고 물으면 방을 지키는 여비서들은 『감기 때문에 집에 있다』고 말해 외무부에는 웬 독감사태냐는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어쨌든 한미수교 1세기만에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 직후에 파격적으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은 그 동안의 국내문제에 대한 내외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줄 것이 틀림없다.
○…전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는 발표는 서울에서 22일 새벽 4시에 나와 심야의 낭보가 됐다.
이웅희 청와대 대변인은 새벽 2시부터 3시 사이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4시 발표를 예고했고 노신영 외무장관은 새벽 4시 18분에 외무부 출입기자들에게 한미정상회담에 관해 설명. 한남동 외무장관 공관에는 김동휘 차관·김재성 대변인 등 외무부 간부들이 다 모였는데 노 장관은 공식발표사항 이외에는 일체 부연설명을 안했다.
신문사에서는 청와대와 외무부쪽 연락을 받고 출입기자들에게 긴급 「소집령」을 내리느라 한때 부산. 새벽 2시 첫 연락을 받은 숙직 기자(경제부)는 『중대 발표가 외무부장관 공관에서 있다』는 연락을 받고 얼굴이 굳어지면서 『큰일 난 것 같다』고 놀랐으나 정치부 쪽에서 「큰일」이 아니라 「큰 낭보」라고 알려줘 가볍게 웃고 넘어갔다.<유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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