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단절의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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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경제정책의 중점이 물가안정에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면서도 새삼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물가문제는 그만큼 우리의 중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것은 작년의 도매물가상승률이 44.2%, 소비자 물가는 34.6%를 기록할 정도로 격심한 「인플레이션」 현상을 일으킨데 대한 일종의 반사작용이기도 하다.
제2차 「오일·쇼크」와 사회적 불안이 상승작용을 하여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을 가속화한 결과, 국민의 생활수준은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뜻에서 남덕우 국무총리가 19일 한 TV대담을 통해 『우리 경제가 추구해야 할 목표는 안정성장의 실현』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물가안정을 경제정책의 기조』로 삼겠다고 한 것은 적절한 정책방향의 설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가불안정은 한마디로 경제정책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정책적 노력이 「인플레이션」의 수습으로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논리다.
남 총리가 정부미 방출가격, 공공요금 등의 인상폭을 될 수 있는 대로 억제하고 환율, 임금도 소폭 상승으로 마무리짓겠다고 밝힌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는 의도일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확고한 물가와의 싸움을 선언한 이상, 공약으로 확정된 것이며 앞으로는 그 실천만이 남아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물가문제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정책적 자세는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단절하겠다는 의지와 결의가 확고해야 된다는 점이다.
정부나 기업이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 아래 예산이나 원가계산을 당초부터 20∼30%씩 올리는 타성이 있다고 남 총리가 지적한 것은 물가문제의 핵심을 바로 찌른 것이다.
「인플레이션」에의 예감이 만성화 되어 정부 예산이나 기업 회계가 매년 두자리 수자의 물가상승률을 전제로 하여 짜여지고 있는 현상은 과도한 「인플레이션」의 진행을 미리 용인하고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는 「인플레이션」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결의가 박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먼저 「인플레이션」의 굴레에서 벗어나겠다는 굳은 마음가짐을 가진 다음 효율적인 대응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물가안정을 기하는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첫째 해외요인에 의하든, 국내요인에 의하든 간에 「인플레이션」 충격을 극소화하여 흡수할 수 있는 「쿠션」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관세를 포함한 조세정책과 금융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하여 물가상승공세를 필 수 있는 대로 무력화시켜야 한다.
그 위에 식량을 비롯한 기초생필품의 유통 원활과 가격 안정으로 서민생활의 동요가 없도록 하고 정부의 공공요금 등 「서비스」 요금의 상승을 누름으로써 물가에의 영향을 줄여야 한다.
각종 「서비스」 요금. 식료품 가격이 물가를 선도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 아닌가.
또 하나, 기업의 생산성 제고와 품질관리의 철저로 원가의 절감을 실현하여 가격인상 요인을 배제토록 정책적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정부가 강구하고 있는 시설개선자금 방출, 조세·금융지원책 등을 조속히 집행하는 것이 소망스럽다.
남 총리는 물가와 임금상승의 상호작용을 설명하여 납득시키는 것이 고충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끈질긴 「인플레이션」을 끊어버리는 길은 종합적이고도 다각적인 전략을 요구하므로 지나친 임금의 상승경향이 「스태그플레이션」의 일인임을 설득하고 국가의 합의를 끌어내는 환경을 조성해 가야 한다.
정부·노·사가 진지하게 임금·고용 문제들을 협의할 때인 것이다.
이상 제정책이 유효하여 물가안정을 추출해 내면 환율의 5% 이내 상승은 저절로 뒤따라 오게 된다.
환율 인상은 「인플레이션」의 결과치이므로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면 필연적으로 안정되는 것이다.
물가는 여러가지 동인이 복잡하게 얽혀 올라가는 것이지만, 결코 뿌리를 잘라내지 못할 것은 아니다.
올해는 정부·기업·가계가 다 함께 물가와 정면으로 대결하여 이를 넘어뜨리는 한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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