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증시 진정책 강구|거래소측 "약간의 호재에 투기 가세"|열흘동안 20%나 뛰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증권시장에 적신호가 올리고 있다. 증권거래소측은 최근 걷잡을수 없이 춤추고있는 주가폭등현상이 악성투기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 곧 진정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15일 증시는 사상최고인 2천5백만주가 거래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3·3「포인트」가 다시올라 1백47·6을 기록했다. 상종가도 전날의 2백10개에 이어 이날도 75개종목이 나왔다.
증시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그동안 손해보았던 것을 이번에야말로 단숨에 만회하겠다는 기대심리로 들떠있다. 특히「큰손」들인 증권회사가 밑도끝도없는 축제「무드」를 부추기며 주가를 올려놓고있다.
이같은 오름세를 마치증시의 호가으로 생각하고 뛰어들다가는 상투잡기가 십상이다. 증권관계자들도 이럴때가 일반투자가들에게는 가장 위험할때라고 경고하고있다.
물론 금년들어 ①주가가 너무 낮고 ②정치일정이 확정됐고 ③자본자유화가 발표되는등 오름세를 보일만한 호재가 나왔던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다 곧 다가올 2월 주총에서 상당수의 무배·감배당하는 기업들이 쏟아져 나올것이 뻔한데도 금년들어 열흘동안 무려 20%나 뛰었다는것은 아무래도 비정상이다.
특히 최근의 자본자유화 조치가 나오자 마치 금새라도 외국자본이 들어오는 것처럼 야단들이다. 일본의경우 61년에 문호를 개방한후 68년께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외국투자가들이모여들었고 지금에 와서도 외국인 투자비중이 3%미만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 역시 85년에 가서야 외국인투자의 골격이 짜여질 전망이다.
무슨 호재가 나왔다하면 좋은 주식이나 나쁜 주식 가릴것없이 모두 오른다는것도 우리 증시의 해묵은 병폐다.
14일 2백10개에 달하는 상종가종목에는 은행의 구제금융으로 근근이 부도를 메워가는 기업도 있있는가하면 가장 수익도 좋고 안전한 5개시은주가가 15일 모조리 내림세를 보였다는것은 지금의 장세가 투기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좋은 증거다.
이렇게 더무니없는 폭등세후에는 반드시 폭락현상이 따를 가능성이 있다.
만기차익을 노리던 투기꾼들이 잔뜩 주가를 올려놓고는 던져버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전망이 흐린마당에 이렇게 투기적인 급등·급낙을 되풀이 한다면 증시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질수밖에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