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교육, 왜 중요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조기교육의 중요성이 우리나라에서도 교육전문가들의 거론이나 강조의 단계를 지나 정부 기본교육정책의 하나로 부각되었다.
전두환대통령은 12일 연두시정연설을 통해 『취학전 어린이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다짐함으로써 조기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의지를 보인 것이다.
인간의 지능은 일생동안 끊임없이 발달하지만 지능발달의 골격이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한 시기는 태어나면서부터 8세까지의 유아기며, 특히 3세부터 6세 사이에 80%이상이 결정된다는 것은 오늘날 교육학자들의 통설이 되고있다.
선진제국들이 50년대 후반부터 인간의 지능은 선천적인 유전에 의해 결정되며 유아에 대한 강제된 교육행위는 어린이의 정서와 사회성을 비롯한 인성형성에 오히려 해롭다고 여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투다시피 조기교육에 열을 올린 까닭도 여기에 있었다.
이런 선진국들의 추세에 견추어볼때 그동안 우리의 조기교육은 한마디로 황무지라고 할만큼 보잘것 없는 실정이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취학전아동의 4∼5%가 유치원교육을 받기는 하지만 아무런 미래상이나 체계도 없이 이루어졌고, 일부부유층에서 성행한 이른바 「특기교육」이란 것도 어린이의 적성이나 정신연령등을 무시한 일방적인 강요가 많아 그 대부분이 부모의 허영이 기른 낭비에 불과했다는 비관을 불러 일으켰을 뿐이다.
교육의 목적은 계획적인 인간변화에 있는 것이다. 특히 국가적차원에서볼때 교육이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길은 계획적인 의식계발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자라나는 아동들을 국상발전과 밀접하게 연관시켜 어떤 사람으로 변화시키는가를 결정하는 일은 교육계획의 첫 작업이 될만큼 중요한 일이다.
취학연령을 우리 보다 한·두살씩 낮추어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구미각국의 예를 들것도 없이 조기교육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늦으면 늦을수록 20년후, 또는 30년후의 그나라들과의 차이가 더욱 벌어지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가령 일본의 어느 유아학원은 어린이의 재능을 집중 개발한 결과 졸업생 1백72명의 평균 지능지수를 1백61까지 높인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선진국들이 이런 추세로 어린이의 지능을 조기개발해 나간다면 멀지않아 그들의 지능분포가 1백60정도로 상향조정 되리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가 특히 염두에 둘 것은 북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조기교육의 필요성이다. 북한은 5년전에 이른바 「어린이 보육교육법」이란 것을 만들어 유아교육서부터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탁아소, 유치원등 모든 어린이교육을 공공부담으로 실시하고있다. 물론 이들은 「이념의 도구」를 만드는 정치적의도로 조기교육의 뜻을 악용한 예이긴 하다.
아뭏든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적인 장기계획이 수립되어야만 지금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복지사회의 기틀이되고 북한을 압도하는 국가발전도 이룩될수 있는 것이다.
조기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의 인식제고는 이러한 여러가지 측면에서 각별한 뜻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조기교육을 국가발전과의 밀접한 관계하에서 추진한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작업은 아니다. 우선 조기교육이 실효를 거두려면 가정교육부터 충실해야하고, 그 줄기는 이사회의 모든 여건의 향상에서부터 찾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유아교육의 내용검토에서부터 시설 및 교사의 확보등 앞으로 풀어가야할 과제 또한 한 둘이 아니다. 시설문제는 현재의 유치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거나 전국에 산재하는 1만7천개나 되는 교회의 시설 개방등을 통해 가능할수도 있겠지만 능률적으로 아동지도를 할수있는 교사를 확보하려면 교육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결단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전대통령이 제시한 『획기적인 조기교육 강화』방침에 대한 후속조치로서 획기적인 재원확보 방안과 함께 현재의 우리 현실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먼장래를 내다본 충실한 교육내용도 마련할 것을 기대하고자 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