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아시아 미전서「뛰어난 미술가」로-동양화가 심경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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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너무 뜻밖입니다. 얼어붙은 가슴에 맑은 물이 녹아 내리는 것 같아요』 범「아시아」 미술전인「아시아 예술 방글라데시 81」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뛰어난 미술가」로 선정된 여류 동양화가 운산 심경자씨(37·세종대학 부교수)는 적은 말수와는 달리 얼굴 가득히 기쁨을 나타낸다.
남북한을 포함,「아시아」14개국 2백85명이 참가, 회화·조각·「그래픽」등 3분야에 총3백73점이 출품돼 실력을 겨룬 이 전시회에서 심씨는 일본의「구로도·시가끼」, 인도의「솜나드」씨와 함께「뛰어난 미술가」로 선정됐다.
심씨로서는 이번이 것 국제전 출품. 국내에서는 백양회에서 3회의 특선을 한바 있고 국전에는 71년부터 참가, 연4회 특선을 따내 동양화 비구상 부문에서는 최초의 여류 추천 작가로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번 출품작은 심씨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린『가르마』「시리즈」의 하나. 60호 크기의 작품으로 고목의 등걸과 껍질에서 나타난 자연문양을 탁본하여 화선지위에「클라지」(붙임)하고 회색으로 바탕을 꾸며 환상세계의 아름다음을 표현했다.
『초청장이 왔길레 깜짝 놀랐어요. 원래 작품하는 속도가 느린데다가 시간도 열흘 정도밖에 없어 78년「파리」유학시절에 그린 작품을 그냥 보냈지요.』이제 국제전에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인다.
말없이 꾸준히 작품하는 사람을 가장 좋아한다는 심씨는「파리」「폴·게티」화랑 초대전준비를 위해 올해는 학교도 쉬면서 작품을 해야겠다고 단단한 각오를 보이기도.
10여년 만의 강추위를 뚫고 누구보다 일찍 봄을 맞은 이 여류화가는 부군 하진오씨(연합통신 편집부 국장)와 3자녀들과 함께 따스한 봄기운을 나누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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