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교통요금의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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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1개 공산품과 일부 교통요금이 인상됨으로써 올해의 물가상승률은 74년 제1차 「오일·쇼크」이후 최대의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가격 인상은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인건비와 환율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당국의 설명이다.
물론 유류가 상승 등으로 교통요금의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 등 인정할 수 있는 측면이 있으나 일부 독과점 품목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는 점이 있다.
공산품에 따라서는 현재 시중에서 고시가를 하회하여 거래되고 있음에도 가격 인상을 허용한 것은 그 품목의 원가상승 압력만을 고려, 경기 후퇴로 인한 판매 부진을 가격 인상으로 보전해 주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일종의 불황 구제 수단으로 물가 정책이 원용된다는 것은 지금의 물가 추세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으며 또 한편으로는 경기를 더욱 위축시켜 가격 인상의 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하게 할 우려가 있을 뿐이다.
또 라면과 같이 국제 소맥가격 동향에 크게 영향을 받는 품목의 경우를 들어 원자재 가격을 인상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시카고」소맥가격 동향을 예로 들면 지난 10일 현재 가격이 금년의 최고 가격에서 17·7%나 하락하고 있어 설득력이 있다고 하기가 어렵다.
소맥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요 국제상품 가격은 세계적인 불황을 반영, 크게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러므로 가격인상 요인을 찾자면, 「에너지」가격과 환율 인상이 있겠으나 환율은 물가상승의 결과, 대폭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므로 국내 물가의 안정능력이 선행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아무튼 올 들어 쌀값을 비롯한 생필품·「서비스」요금「에너지」가격의 잇딴 상승으로 물가체계는 74년 제1차 「오일·쇼크」이래 가장 광범위한 진통을 겪었으며 도매물가 상승률도 40%선을 상회하는 기록을 남기게 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물가동향은 기업·가계 수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으며 그 중에도 가계의 소비여력을 잠식하여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다.
내년 중에는 근로소득자의 세금 인상도 억제될 전망이므로 정액소득자의 소비활동은 제약을 받을 것이 명백하다.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를 보완해 주어야할 대책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취로사업의 조기집행 등 극히 제한된 서민 가계지원 책도 긴요하지만, 소득세·부가 가치세·법인세 부담의 완화 등 조세 정책의 활용이 뒤따라야만 한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유효한 정책수단이 있음에도 이를 채택하지 않는다면 경기 후퇴와 「인플레이션」의 진행은 지속적으로 우리의 경제를 괴롭힐 것이다.
더구나 OPEC(석유 수출국기구)의 원산가 재 인상으로 우리에게 이미 「에너지」가격의 인상요인이 생기고 있다.
제1차「오일·쇼크」때 고 물가 체계의 정비이후 안정기조 구축을 기대했던 것과 마찬가지 양상이 전개되고 있으나 일부 물가 자극 요건이 유예된 상태에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도 물가상승은 꼬리를 끌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는 경제안정화 시책에 정책의 역점을 두어 나가야 할 것이며 기업은 원가상승요인을 최대한 흡수하도록 경영 구조의 합리화를 기해야하고 가계는 적정한 소비 자세를 지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기업·가계가 고통을 함께 나누면서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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