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의 학교를 살리자|교장·교사·학생 작품 모아 이색「바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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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학생들은 실을 감고 여학생들은 수를 놓았다. 교사들은 틈틈이 수집한 수석을 좌대를 깎아 작품으로 만들었다. 교장 선생님도 옛 취미를 되살려 유화와 시화를 내놓았다.
가난한 탄광촌 고등공민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재정난으로 휴교위기에선 배움의 터전을 지키자는 한뜻으로 마련한 정성의 잔치.
이름하여『숨결「바자」』-.
강원도 삼척군 장성읍 철암고등공민학교(교장 탁경명·38) 학생들의 색다른「바자」가 17, 18일 이틀 동안 장성읍 철암3리 「청자」다실에서 열린다.
철암고등공민학교는 가난 때문에 정규중학에 가지 못한 탄광촌 자녀 45명이 교장 탁씨 이하 5명교사의 무보수 지도로 중학과정을 배우는 비정규학교, 학비는 전액 면제다. 교장 탁씨의 사재와 고해봉씨(59), 권두칠씨(44) 등 마을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월 30여만원의 경비를 충당, 운영해왔으나 최근 재정난으로 휴교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10월 학생자치회는 자선「바자」를 열어 폐교위기의 학교를 살리기로 결의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은 작품을 만들었다. 교사와 교장 탁씨도 함께 나섰다.
「바자」에 출품된 작품은 여학생들의 목도리·방석·벽걸이 등 수예작품 55점과 교장 탁씨의 유화 8점, 서화 7점, 수석 17점 등 87점.
자치회장 이경종군(16)은 『비록 서툰 작품이지만 우리들의정점성이 엉긴 작품』이라고 말하고 『우리들의 힘으론 학교를 지킨다는 보람에 힘든 줄 몰랐다』고 했다. 이번「바자」의 모금목표는 90만원. 이 돈이면 올 겨울은 난다. 60년 개교한 뒤 재정난으로 휴교위기에 처한 학교를 69년 인수, 10여년 동안 사재로 육성해온 숨은「상록수」 탁씨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만은 지켜가겠다』고 굳은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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