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신세계 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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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세계완구(대표 연순모·36)는 금년에 장난감만으로 6백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서울 구로 공원에 있는 공장에선 4백50명의 종업원들이「크리스마스」대목에 대기 위하여 거의 철야작업을 하고 있다.
신세계는「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새「아이디어」로 장난감에서「히트」를 쳤고 회사도 불꽃같이 일어났다.

<쓰러진 공장을 인수>
연 사장이 신세계를 인수한 것은 지난78년 4월. 장난감「메이커」로 76년에 출발했으나 경영부실로 허덕이던 것을 연 사장이 사들였던 것이다. 인수당시 자본금은 5백 만원, 수출액은 70만「달러」의 그야말로 영세공장이었다.
연 사장은 공장을 인수하자 대담한 기술혁신을 만행, 불과 2년만에 자본금 1억5천만원, 수출 6백만「달러」규모로 끌어올렸다. 2년 동안 자본금이 30배, 수출액이 9배로 늘어난 것이다. 장난감 공장으로선 기적 같은 성장이다.
연씨는 공장을 인수할 때만 해도 장난감에 대해선 문외한이었다.
그래서 우선 일류기업에 근무하는 세 사람의 친구를 모았다.
복사기를 만드는 S사의 무역담당, 합섬을 수출하는 종합상사의 기술실험담당, 탄광 등으로 노사문제가 복잡한 K사의 우리 사주조합담당 등 세 사람이다.
이들은 각기 무역기술 노사문제를 맡아 종래 주먹 구구 식 경영을 하던 장난감에도 최신경영기법을 도입키로 했다.
몇 차례의 경영전략회의 끝에 ▲합리적 관리기법의 도입 ▲해외시장동태의 신속한 파악과 적극적 「세일즈」활동 ▲원단 위 설정 등 철저한 원가관리 등에 착수했다.
연씨는 78년 당시 우리나라 완구업계는 거의가 봉제완구를 만들어 팔고 있었으나「미싱」한대에 몇 명의 인력이 필요한 것인지, 장소는 몇 평 정도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완전히 구멍가게 식이었다.

<친구 4명 공동경영>
4명의 공동경영자는 세계적인 완구박람회와 유명「메이커」·세계완구시장 등을 돌아본 후 한국의 완구업계가 크게 뒤지고 있음을 알았다.
즉 당시 세계적 흐름은「플라스틱」등을 소재로 한 완구가 90%, 봉제완구가 10% 정도였으나 한국은 거꾸로 돼 있었다.
세계시장의 흐름에 둔감한「우물안 개구리」라는 것을 파악한 후 곧 서독에서「플라스틱」완구제조기 등을 들여오고 시설을 개 체했다. 적극적 조사에 의한 생산성향상과 규모의 경제를 시도한 것이다.
또 독일「뉘른베르크」에서 열리는 세계완구「쇼」등 유명한 전람회엔 빠짐없이 찾아다니며 완구유행의 흐름과 「바이어」들의 기호를 파악하는데 힘썼다.
특히 장난감의 유행은 수시로 변하고 나라마다 기호가 다르므로 수출대상 국의 국민성과 생활풍습도 면밀히 조사했다.
봉제완구를「플라스틱」으로 바꾸기 위해 새 기계를 들여와도 기술자들이 완구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꺼려 애를 먹었다 한다.

<기술자 못 구해 애로>
즉「플라스틱」완구는 금형이 생명인데, 금형을 만드는 기술자들이 전자회사 등 대기업에 가려 하고 아이들 장난감이나 만드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더란 일화까지 털어놓는다. 새로운 시설·새로운「아이디어」·새로운「마키팅」이 잘 조화되어 오늘날의 발전을 이룩한 것이다.
이 회사대표 연씨는 제품이 다양하지 못해「바이어」를 다른 나라로 뺏기는 것을 막기 위해「플라스틱」장난감분야에 뜻 있는 사람들이 참여해 주길 희망한다고 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연간 움직이는 완구의 물 동량은 1백억「달러」정도며「홍콩」에서 15억 「달러」, 대만에서 10억「달러」를 수출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2억「달러」에 불과하다 한다.
따라서 머리만 잘쓰면 완구시장을 개척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박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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