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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123정장 "세월호 진입 지시 깜빡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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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상황실에서 (세월호) 선체에 진입하라고 했는데 왜 (해양경찰관들에게) 진입 지시를 하지 않았나.”(검찰)

 “당황해서 깜빡 잊었다.”(김경일 해경 123정장)

 “선내 진입을 지시할 생각이 안 난 것인지, 안 한 것인지.”(검찰)

 “생각 자체를 못했다”(김 정장)

 “ 왜 TRS(무전기)로 상부에 ‘올라가라고 했는데, 못 올라갔다’고 보고했나.”(검찰)

 “해경 두 명이 미끄러졌다.”(김 정장)

 “증인은 두 사람이 올라가려고 했던 것도 몰랐지 않나.”(검찰)

 “예….”(김 정장)

 13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이준석(69)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재판에서 오간 대화다. 증인으로 나온 김 정장이 거짓 증언을 하다 검찰의 추궁에 거짓임을 시인한 대목이다. 해경 두 명이 미끄러졌기에 상부에 “배에 진입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식의 보고를 했는데, 실제로는 미끄러진 사실조차 몰랐던 게 들통 난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정장에게 “위증죄에 걸린다”고 경고했다.

 김 정장이 탄 123정은 세월호 침몰 당시 제일 처음 사고 해역에 도착해 구조활동을 했다. 그러나 김 정장은 “배에서 탈출하라”는 퇴선 지시를 하지 않고도 했다고 하고, 당시 구조일지를 찢고 일부 대원의 구조활동을 허위로 적어넣은 혐의로 지난달 말 광주지검 해경수사전담팀(윤대진 부장)에 긴급체포됐다.

 이날 재판에서 김 정장은 “퇴선방송 했다고 왜 거짓말을 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죄송하다. 거짓말했다”고 했다. 재판부가 “구조일지를 찢은 것이 맞느냐”고 묻자 “검찰조사 받았다”며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또 “123정에 메가폰이 있느냐. 왜 (퇴선) 방송을 안 했나”라고 추궁했다. 이에 김 정장은 “생각을 못 했다. 평소 그런 훈련을 안 해봤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해경에서 일한) 34년간 침몰사고 관련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할 때는 방청석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이날 재판에는 헬리콥터 3대에 나눠 타고 출동해 구조활동을 펼친 항공구조사 4명도 증인으로 나왔다. 박모(45) 경위는 “왜 배 안에 들어가 승객을 구조하지 않았느냐”는 검찰 질문에 “출동 당시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다는 것만 알았을 뿐, 다수의 승객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증언했다. 구조대원들에게 배 안의 상황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것이다. 구조사들은 “교신은 구조사가 아니라 헬기 조종사들이 하기 때문에 배 안의 상황 같은 정보는 조종사들이 듣는다”며 “만약 세월호 안에 승객이 많다는 사실을 조종사들이 들었다면 우리에게 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경위는 “ 승객이 있는 줄 알았다면 진입하려 시도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법정에서 항공구조사인 권모(35) 경사는 이런 일화를 전했다. “지난해 4월 동해에서 중국 상선이 침몰했다. 4~5m 파도가 이는 데도 전원 구조됐다. 선장 지시에 따라 전원이 배 밖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던 덕이다.” 세월호 승객들이 갑판에 나왔다면 대부분 구출할 수 있었다는 뜻의 증언이었다.

 한편 재판부는 피해자 가족들이 대부분 경기도 안산시에 거주하는 점을 감안해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다음 재판부터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중계하기로 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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