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 어려운 사회주의 정당 세력|서구엔 집권당도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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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회주의「인터내셔널」은 지금까지는 철저히「유럽」중심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국제 사회주의 운동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보면 충분히 이해 할만한 일이다.
사회주의「인터내셔널」은 사회당·사회 민주당, 그리고 노동당 등으로 구성되는 국제정치 기구인데, 1864년「마르크스」가「런던」에서 제1차「인터내셔널」을 창설한 것이 이 운동의 효시가 된다. 제1차「인터내셔널」은 1876년 단명으로 해체되고, 1889년「파리」에서 제2차「인터내셔널」이 탄생했다.
그러나 제2차「인터내셔널」은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세계 정세의 격동속에 휘말려 국제노동 운동은 분열되었다. 그 결과 1919년「레닌」은「코민테른」으로 더욱 널리 알려진 제3차「인터내셔널」을 창설했고, 제2차「인터내셔널」은「코민테른」에 대항해서 l923년 노동·사회주의「인터내셔널」로 개편되었다.
이번에「마드리드」에서 15차 대회를 가진 전후의 사회주의「인터내셔널」은 51년 서독의「프랑크푸르트」에서 발족한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 의한 산업화의 과점에서 정당을 만들어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모색할만큼 강력한 노동 운동이 일어난 곳이「유럽」이다.
사회주의「인터내셔널」이 77년 동경에서 지도자 회의를 열고,「스웨덴」의「울로프·팔메」가 이끄는 사절단이 처음으로「아프리카」·중남미를 순방한 것은「유럽」중심주의를 탈피하려는 새로운 의욕의 결과였다.
한국의 통일 사회당(총재 김철)이 사회주의「인터내셔널」에 가입한 것은 68년이지만 한국에서는 이 기구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이 싹트지를 못한채 77년의 동경회의를 맞았던 것이다.
사회주의「인터내셔널」에 대한 무관심은 서구의 사회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 내지는 공산주의와 동일시하는 불행한 오해의 결과였다.
51년「프랑크푸르트」창립 총회에서 채택되고, 62년「오슬로」대회예서 개정된 사회주의「인터내셔널」의 선언문 하나만을 보더라도 공산주의와 서구의 사회 민주주의의 대립관계를 알 수 있다.
이 선언문은 전문에서 이렇게 선언하고 있다.
▲소련의「볼셰비키」혁명은 국제노동 운동을 분열시켜 여러 나라의 사회주의 실현을 수십년 지연시켰다 (7항).
▲공산주의는 사회주의의 전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체제다(8항).
▲공산주의는 일당 독재의 실현을 위해서 계급간의 분열을 악화시켰다(9항).
▲국제 공산주의는 신 제국주의의 도구다. 공산당이 집권한 나라에서는 자유가 파괴당하고, 공산주의는 군국주의적인 관료제도와 폭력 경찰의 바탕위에 있다.
공산 정권은 부와 특권을 조장하여 새로운 계급사회를 탄생시켰고. 공산주의 경제에서는 강제 노동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10항).
여기까지만 보아도「마드리드」의 사회주의「인터내셔널」 대회에 북괴의 노동당이 실력자가 이끄는 참관단을 보내고「브란트」의장과 주최자인「곤살레스」「스페인」노동자 사회당 총재)등과 활발한 접촉을 했다는 사실이「이데올로기」의 관점에서는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북괴는「이데올로기」보다는 실리 쪽을 택한 것이다. 사회주의「인터내셔널」은 77년 동경회의 이래 한국에 관해서 비판하는 자세를 취하기 시작하여 지난 5월의 광주사태 이후에는 한민통의「로비」활동으로 한국 공격의 자세를 한층 가다듬고 있었다.
북괴는 사회주의「인터내셔널」의 그런 흐름을 한국 고립의 호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마드리드」대회에서 한국 대표단과 일본의 민사당이 공동 보조를 취하지 않았던들 한민통 가입과 한국 규탄 결의문은 원안대로 채택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서구의 사회 민주주의 정당들은 자본주의 체제 하의 경제발전과 공생 관계에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노동당 우파, 북구 및 서독의 사회 민주주의 정당의 경제정책·사회복지 정책이 내용에 있어서는 한국이 60년대 이후 취하고있는 경제정책, 그리고 80년대에 채택하려는 복지 정책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거기다가 사회주의「인터내셔널」회원국 중에 집권당이 16개나 되고, 집권을 눈앞에 두고있는 정당이 상당수에 달란다는 현실적인 이해, 북괴와 한민통의 도전을 고려하면「사회주의」라는 표현 때문에 사회주의「인터내셔널」을「터부」시 하던 주먹구구식 자세는 재고되어야할 것이다.【김영희 논설위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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