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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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선진 공업국들의 수입규제 정책은 세계무역의 확대를 가로막아 오늘 전 세계가 당면하고있는 불황으로부터의 탈출을 어렵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있다.
특히 선진제국의 보호무역 경향은 신생공업 국가군(NICS)을 비롯한 개발 도상국을 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 문제의 해결을 방해하고 있다.
25일「제네바」에서 열린GATT(관세무역일반협정)연례 총회에서 한국 대표가 선진국의 보호 무역주의를 비난하고 이를 제거하는데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은 문제의 핵심을 올바르게 찌른 것이다.
또 한국 대표는 개도국들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GATT의「세이프·가드목」(Ssfe Guard)논의가 개도국의 대 선진국 수출에 제동을 걸려는 저의가 깔려 있으므로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하고있는 GATT 정신에 위배된다고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오늘의 세계 무역 환경은 자유무역의 표방과는 달리, 그 실상은 자원국과 무자원국, 선진국과 개도국, 자유권과 공산권 등의 이해가 대립하여 인류 역사상 가장 경한된 상태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것은 세계 경제가 다극화 시대를 맞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강자의 논리가 통용되는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는데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최근의 선진국들 움직임 가운데는 미국의 주도로 자원과 1차 산품의 안정적 공급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다국간 무역협정 체결이 모색되고 있다.
즉, 석유같은 수출「카르텔」이 석탄, 천연「우라늄」, 소맥, 주석, 목재 등 많은 자원으로까지 확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자유무역 원칙에 입각한 다국간 무역 협정을 맺어 공급의 안정을 기하자는 것이다.
보유자원이 빈약한 우리로서는「글로벌」한 자원의 수급이 이루어진다면 크게 다행한 일이지만, 자원의 대량 소비국인 선진국이 자국의 필요에 따라 자유무역을 제창하는 자세가 과연 설득력이 있을 것인가에는 의문이 없을 수 없다.
개도국이 『원조보다는 교역으로』 라는 요청을 하고 있음에도 선진국들은 자국 산업보호라는 미명아래 각종 수입 규제조치를 강행하고 있지 않은가.
6년이란 기간울 소요한 끝에 작년에 성립된 동경「라운드」도 공산품의 관세를 40%나 인하하기로 합의하는 한편으로는 비관세 장벽인 상계 관세협정 등을 두고 있으며 현재 개도국의 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부정 상품 방지협정,「세이프·가드」협정이 계속 협의 중에 있다.
이처럼 세계무역은 아직도 경제적 약자에게는 비정한 굴레를 씌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주종 수출상품인 섬유류, 신발류 전자제품을 비롯하여 농수산물까지 선진국 시장에서 규제 당하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 예증이 아닌가.
GATT가 신조로 삼고 있는 자유무역의 이념은 비교 우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생산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인류의 경제 후생 증진에 기여한다는 것이나 현실은 여전히 치열한 경제전의 소용들이 속에 있고 우리도 그 고통을 받고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적극적인 통상 외교를 전개하여 관세·비관세 장벽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상품의 국제경쟁력 제고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경제 정책은「인플레이션」의 수습에, 산업계는 기술혁신·품질관리로 시장성 있는 상품생산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우수한 품질의 상품을 적정한 가격으로 내보내는 것이야말로 세계 시장을 점거하는 최선의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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