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관심병사 관리에 또 구멍 뚫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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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 일병 집단구타 사망사건이 일어난 육군 28사단 소속 병사 2명이 그제 휴가를 나와 동반자살했다. 병사가 영외에서 함께 목숨을 끊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두 사람은 모두 상병으로 같은 중대 소속의 관심병사였다. 이모 상병은 B급 관심병사, 또 다른 이모 상병은 A급 관심병사로 둘 다 입대 후 정신과 치료를 수차례 받았다. A급 관심병사인 이 상병은 지난해 부대에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으며, 탈영했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문제는 군의 대응이다. 자살이 예견됐는데도 해당 부대는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더구나 A급 관심병사는 휴가 중 동반자살 계획을 지난 6월 후임병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 사실은 분대장에게 보고됐으나 간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관심병사였던 22사단 임모 병장의 총기 난사사건에 이어 윤 일병 사망사건이 불거진 상황에서 해당 부대가 관심병사 동향을 면밀히 체크만 했어도 자살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간부들이 병사를 내 자식처럼 아끼는 마음을 갖고 관리했다면 이런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

 두 병사에게 가혹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 A급 관심병사의 수첩에는 선임병의 실명과 함께 “견디기 힘들다. 진짜 죽이고 싶다”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군은 이 부대의 관심병사 관리, 가혹행위 여부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비극의 악순환을 막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관심병사를 다루는 원칙이 필요하다. 입대 후 현저한 부적응자는 전역을 시켜야 한다. 군은 A급 관심병사 이 상병을 복무 부적합자로 심사하려 했으나 부모의 만류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판단은 전적으로 군 자체의 몫이어야 하는데 잘못된 일 처리다. 동시에 입대 전 인성검사를 강화해 부자격자를 걸러내야 한다. 병영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민·군이 더불어 무릎을 맞대지 않으면 병영 쇄신은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