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점보」기 착륙하다 불…11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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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9일 상오 7시5분쯤 「로스앤젤레스」를 떠나 김포공항에 착륙하려던 대한항공 소속「보잉」747기(기장 양창모·49)가 착륙순간 항공기 중간 부분에서 불이나 탑승객 2백26명(승객 2백6명, 승무원 20명) 중 승객 5명과 기장 및 승무원 6명을 포함해 11명이 숨지고, 2백15명은 구조됐다. 김경희씨(25·여자 승무원) 등 부상자 중 12명은 「세브란스」병원에, 4명은 김포공항 입구 중앙병원에 각각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KAL기는 17일 하오10시30분(현지시간)「로스엔젤레스」를 떠나 「앵커리지」를 경유, 이날 상오 7시20분 김포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고원인은 「랜딩·포인트」를 잘못 잡아 일어난 것으로 당국은 발표했으나 기관고장, 기상조건을 무시한 무리한 착륙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도 보고 조사중이다. 이번 사고는 국내 민간여객기 사고로는 최대다. <관계기사 6, 7면>
이날 김포공항 일대는 짙은 안개로 시계가 「제로」상태였으며 사고 비행기가 착륙할 당시에는 안개가 일시 걷혀 시계는 1천여m였으나 비행기의 안전 착륙에는 좋지 못한 기상조건이었다고 공항 측후소 측은 밝혔다.
활주로 근무 목격자들에 따르면 착륙자세에 돌입한 「점보」기가 활주로 북쪽 「랜딩·포인트」에 착지하는 순간 『꽝』하는 폭음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고 좌우로 기우뚱거리면서 활주로를 5백여m미끄러져 나갔으며 왼쪽「엔진」부분에서 또 다시 불길이 솟으면서 기체는 불길에 싸였다는 것이다.
사고가 나자 공항 소방차 2대가 현장에 긴급 출동했으나 10여분 동안「호스」가 작동하지 않아 불길을 미처 잡지 못했으며 승객들은 기체 왼쪽의 비상 탈출구 3개가 열리자 「이스케이프·슬라이더」(긴급 대피 미끄럼틀)를 타고 탈출했으며 일부 승객은 지상 15m높이의 기체에서 그대로 뛰어내리다가 다리가 부리지기도 했다.
탑승객 가운데는 김포를 거쳐 제3국으로 떠날 통과 승객 1백22명(일본인 84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
KAL기에는 조종사 양씨 등 승무원 20명이 타고 있었다.
양씨는 공군 소령으로 예편, 69년8월25일 대한항공에 입사, 79년10월부터「보잉」747기를 조종, 미주 노선에 취항해왔다.
가족으로는 부인 전병순씨(43)와 장녀 희경양(18내) 등 2남3녀가 있다.
◇승무원 명단
▲김형구(사무장) ▲김형택 ▲김동욱 ▲김선교<이상 남자 승무원> ▲이정연 ▲권종두 ▲강은숙 ▲민영기 ▲김경회 ▲강선혜 ▲최정인 ▲정혜정 ▲장복경(재미교포) ▲「레베카·손」(「홍콩」인) <이상 여자 승무원>


19일 상오 정상 출근했던 대한항공 직원들은 사고소식을 듣고 회사 창립이래 처음 당하는 대형참사에 넋을 잃은 듯 일손을 놓은 채 웅성거렸다.
대한항공의 정비본부장·항무본부장·사업본부장 등 6개 「파트」의 본부장 등 전 간부들은 상오9시 서소문 KAL「빌딩」2층 부사장실에서 긴급모임을 갖고 본사 영업 부서를 제외한 전 간부들을 김포공항에 소집해 사고수습과 사후대책 등을 협의하기 위한 비상 확대간부회의를 열었다.
조중훈 사장은 상오 7시50분쯤 김포공항으로부터 사고 보고를 듣는 즉시 현장으로 나갔다.
본사에 탑승객 가족들이 모여들어 생사를 확인하느라 법석을 떨었다.

<대책 본부>
교통부는 19일 상오 김포공항 신청사 시울지방 항공 관리국 관제소에 사고처리 대책본부 (본부상 김병훈 서울지방 항공 관리국장)를 설치, 사고원인 및 사상자 등에 대한 현행 파악과 사고수습에 나섰다.
대책 본부는 사망자들을 용산교통 병원에 안치하는 한편 부상자들을 화곡동 성모의원·공항동 중앙의원 등에 분산 수용했다.
한편 이날 상오 9시쯤 고건 교통부 장관·박영수 서울시장 등이 대책본부에 들러 김 본부장으로부터 사고 현황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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