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제동 걸린 스코틀랜드 독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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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영국 밖에선 설마 하지만 영국에선 심각한 게 스코틀랜드 독립 문제다. 내달 18일 찬반 주민투표를 통해 309년 된 정치동맹을 해체할 지 결정하는데 찬성 여론이 의외로 높아서다. 한 여론조사에선 오차 범위 내(±3.1%)인 5% 내로 좁혀지기도 했다. 유럽연합(EU)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독립해선 안 된다”고 ‘참견’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 반전됐다. 돈 문제가 걸려서다. 독립운동을 주도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알렉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그 동안 “파운드화를 쓰겠다. 못 쓰게 될 경우 플랜 B(첫째 안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 진행할 계획)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은 물론 노동당·자유민주당 등 주요 정당들이 “불가하다”고 맞섰는데도 그랬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도 “스코틀랜드가 재정 정책권을 영국으로 이양하지 않는 한 파운드화 사용은 어렵다”고 불가론 쪽이었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긴가민가했다.

 그러다 6일 스코틀랜드 독립 찬반 토론에 나선 새먼드 수반이 독립 반대 진영의 대표인 알리스테어 달링 전 재무장관의 “플랜 B가 있느냐”는 추궁에 우물쭈물할 뿐 똑 부러지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곧이어 스코틀랜드에서 SNP에 이어 2당이며 내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큰 노동당의 에드 밀리밴드 당수가 “스코틀랜드가 파운드화를 못 쓰도록 공약하겠다”고까지 나왔다.

 여론이 움직였다. 주민 투표가 다가오면서 부동층이 찬성 쪽으로 움직이는 추세였는데 흐름이 바뀌었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9일자 조사에 따르면 독립 반대 의사는 4%포인트 올라 50%를 기록한 반면, 찬성 의사는 4%포인트 떨어져 37%를 기록했다. 13%포인트 차이는 올 들어 가장 큰 격차다.

 그러자 새먼드 수반은 10일 “플랜 B는 없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파운드화를 쓴다. 독립 스코틀랜드가 파운드화를 쓰는 걸 막을 사람은 없다”고 했다. 영국의 동의 없이 파운드화를 쓰겠다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에콰도르·파나마 등 라틴아메리카의 소국들이 시도했던 일로 위험한 선택”이라고 봤다. 스코틀랜드 유권자의 3분의 2는 여론조사에서 “플랜 B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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