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신고→경찰추적→군이 사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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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남해안의 외딴섬 횡간도에 침투한 3인조 북괴무장간첩소탕작전은 주민들이 고발하고 경찰이쫓고 육군이 사살한 입체작전의 성과였다.

<발견>
3인조 간첩이 전남 완도군 소안면 횡간도 북쪽해안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3일 상오11시쯤.
김 양식장을 돌아보기 위해 전마선을 타고 나갔던 김진석씨(35·가명)와 권석일씨(25·가명)는 20m앞 바다에서 해녀차림의 괴한1명이 수면위로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물으로 올라서더니 산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김씨는 동료 권씨에게『이곳에 해녀가 나타날 리가 없는데 이상하지 않느냐』면서 배를 돌려 바다 쪽으로 더나가다가 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 눈앞의 높이7Om쯤의 야산에 잠수복의 1명과 검은 옷차림의 괴한2명이 더 있는 것을 발견,「간첩이 아닌가」고 생각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두 사람은 재빨리 마을의 선착장으로 돌아와 완도경찰서 도간행정연락소에「거동 수상자 출현」을 신고했다. 이때가3일하오2시20분.

<출동>
신고를 받은 이길주 순경 (29) 은 이 마을에 배치된 전투경찰대원2명과 함께 김씨의 안내를 받으며 「카빈」소총으로 무장하고 섬을 가로질러 1.5km의 산길을 단숨에 뛰어 간첩침투지역에 접근했다. 이때가 3일하오2시50분쯤.
현장에서 1백m쯤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이 순경은『손들고 나오라. 발사한다』고 소리쳤다. 그 순간 일당3명은 숲속에서 뛰쳐나오며 세 갈래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추격>
3명을 함께 쫓다가는 1명도 못잡을 것 같다고 판단한 이 순경은 그중 1명만 추격하기로 했다.
괴한은 쫓기다 바위 뒤로 몸을 감추었다.4∼5m앞까지 접근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순경이나 김씨나 모두가「괴한은 육지에서 죄를 짓고 도망쳐온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바짝 접근한 이 순경이「카빈」을 겨누며 『손들어』라고 두 번 고합을 치고 일어서려는데 괴한은 이 순경을 향해 4∼5발 먼저 사격해왔다. 간첩임이 분명해졌다. 「카빈」으로 응사하자 몸을 굴리며 달아났다.

<지원>
이 순경이 출동하는 것을 본 마을사람들은「앰프」로 『전 예비군은 현재복장으로 집합하라』고 방송했고 이를 들은 횡간국민교 박광민 교감(45·가명)은 다시 학교방송을 통해『학교 운동장으로 모이라』고 알렸다.
50여명의 예비군이 순식간에 달려나왔다. 예비군 아닌 마을사람도 50여 명이 나왔다. 이들은 이 순경이 출동한 현장으로 달려가 간첩들의 도주로를 차단, 포위했다.
이들은 권씨의 안내로 괴한들이 처음 상륙한 지점ⓐ가 내려다보이는 ⓑ지점과 ⓐ반도의 허리부분을 잘라 봉쇄작전을 폈다. 이 사이에 무전연락을 받은 완도경찰서장 유귀태 경정(52)이 경비정에 기동타격대 10명을 태우고 나타났다. 이 때가 하오5시30분. 아군은 예비군54명·주민50명·경찰13명 등 모두 1백17명의 병력이었다.

<사살>
해가 지기 전에 이들을 섬멸하기 위해 아군은 포위망을 좁혀갔다. 간첩들은「체코」제 기관단총을 무차별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지면서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전경대원 이상식(24)·권혁기(23)씨, 그리고 예비군 석순섬(26)·고현오(22)씨와 권성만군(17)이 무릎·허벅지·팔 등에 관통상을 입었다.
아군은 밤을 꼬박 새며 포위망을 좁혀갔다. 육·해·공군이 달려왔다. 공군의 조명탄발사에 힘입은 수색작전에 견디다못해 4일 자경쯤 해상으로 도주하던 간첩1명이 횡간도서북쪽0.5「마일」해상에서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이어 경찰은 4일 상오7시15분쯤 섬북쪽해안에서 또 l명을 사살하는 개가를 올렸다.

<피해>
이보다 앞서 3일하오7시쯤 뒷게마을에 나타난 일당3명은 길에서 부딪힌 주민 김내용씨(44)를 사살하고 달아났다. 이로써 우리는 l명 사망, 5명부상의인명피해를 당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1명은 4일하오2시25분쯤 ⓐ지역바다와 닿은 바위틈에 숨어 있다가 이를 발견한 육군의 집중사격 끝에 사살돼 바닷 속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27시간의 간첩소탕작전은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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