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상승의 득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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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월 들어 환율이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경제계는 원화의 평가절하가 어느 선까지 갈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있다.
지난 2월27일부터 시작된 환율유동화제도 채택이후 형식상의 유동화에 머물러온 환율이 10월부터 갑자기 큰 폭으로 오르면서 물가 상승과 자금부담이 심각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형식상으로는 SDR(특별인출권)와 주요 통항을 묶은 우리의 독자「바스킷」에 연동시키고 있으나 현행 유동제는 정책적으로 관리되는 관매유동「시스팀」을 못 벗어나고 있다. 때문에 최근의 급격한 평가절하는 정부의 정책판단에 더 크게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 SDR에 대한「달러」화의 가치변동이 그 동안 거의 미미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관계자들은 원화가 1·12이후에도 계속 과대 평가되어 왔기 때문에 적정평가로 실세화 시킬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제수지의 방어가 최우선 과제로 부각된 만큼 환율조정이라는 본원적대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환율을 통해 국제수지불균형을 조정한다는 것은 가장 확실하고도 손쉬운 길이지만 저축부족 보다 외환부족 폭이 더 큰 우리의 경우, 평가절하에서 기대하는 효과는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제한적이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환율을 시장변수가 아닌 정책목표로 간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처럼 해외저축 의존이 높고 원자재한입이 경직적인 구조에서 환율인상이 끼치는 부의 효과는 어느 나라 보다 높다. 환율인상의 이해득실로 보아 이를 마다할 리 없는 경제계조차 지나친 상승의 부담을 우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치로만 따지면 물가가 계속 오르면 차관원리금상환부담은 저절로 상실될 것이나 문제는 현재의 국면이 불황의 심화과정인데 있다.
내외수의 동시침체가 가져온 경제불황은 유가상승과 더불어 생산은 물론 박비부황의 양상까지 노출되고 있다. 최근의 기업부도와 도산이 주로 내수업종과 연관된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환율의 물가 파급도 만만치 않다. 1·12조치 이후 환율인상만으로 이미 16·5%의 물가 상승을 유발했다. 지금 추세대로 유동화가 지속된다면 1년만에 거의 35%나 환율이 오르는 셈이 되는데 이것은 지나친 상승이 될 수 있다. 정부가 기대하는 환율효과는 국제수지와 경기회복의 동시 달성인 것처럼 보인다.
재정·금융의 견조를 통한 국제수지방어나 관세인상등 다른 적절한 수단이 채택되기 어려운 현실에서 환율의·기능을 활용하는 의미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우리의 수출이 환율을 올린다고 금방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과 급격한 평가절하가 경제의 또 다른 안정저해 요인이 되고있는 점을 지나 칠 수 없다. 환율에 관한 한 과거의 지나친 경직적 운영도 폐단이 많았으나 지나친 신축성도 결코 유익하지 않음을 강조하고싶다. 안정성과 신축성의 조화가 환율정책의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신축보다 안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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