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 동맹' 깨뜨린 공익요원 볼링 정승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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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프로볼링 3년차 정승주(31·바이네르·사진)가 2년 만에 프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 선수들의 총공세에 무너지지 않고 거둔 승리였다.

 정승주는 10일 안양 호계체육관에서 끝난 제16회 삼호코리아컵 국제 오픈 볼링대회 결승에서 가와조에 쇼타(25)를 236-210으로 꺾고 프로 입문 후 두번째 정상에 올랐다. 정승주는 우승 트로피와 함께 상금 3000만원을 받았다.

 한·미·일 프로볼링 선수 240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는 일본프로볼링협회(JPBA) 소속 선수들이 다수 몰렸다. 지난 시즌 JPBA 랭킹 1~7위 선수가 모두 참가하는 등 역대 최다인 43명이 출전했다. 쇼타를 비롯해 지난 시즌 랭킹 1·2위였던 후지이 노부히로(27), 야마모토 이사오(32) 등 JPBA 소속 3명이 한국·미국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따돌리고 TV파이널(4강)에 올랐다.

 한국 선수 중에 유일하게 TV파이널에 오른 정승주는 주눅들지 않았다. 정승주는 최저점 선수가 탈락하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된 TV파이널에서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특히 3위 결정전에서 7프레임까지 후지이에게 뒤지다 8프레임부터 5회 연속 스트라이크에 성공해 213-190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결승에서 정승주는 2프레임부터 5연속 스트라이크를 성공해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정승주는 “우리나라에서 하는 대회에 일본 선수 3명이 TV파이널에 올라와 자존심을 꼭 지키고 싶었다. 일본 선수들한테 지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공을 던졌다”고 말했다.

 정승주는 2006년 9월 부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3인조에서 한국 볼링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하고 2006 도하 아시안게임 5인조 은메달을 따냈던 스타였다. 2011년 월드볼링투어(WBT) 메이저 대회인 잇츠대전국제오픈대회에서 우승한 뒤 이듬해 프로에 입문한 정승주는 풍부한 국제 경험과 힘있는 플레이가 강점으로 꼽힌다.

 정승주는 지난해부터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도 프로 선수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KPBA 규정에 따라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만 참가할 수 있는 정승주는 틈틈이 연습을 하며 감각을 쌓아왔다. 지난해부터는 고향인 전북 정읍의 한 복지기관에서 매월 두 차례 무료 볼링 강습을 하고 있다. 그는 “내년 3월에 소집해제되면 미국·일본 등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다.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서도 꼭 우승해 보고 싶다”고 했다.

안양=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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