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질환 1만례 수술하면서 통증·재발 줄이는 의술 익혔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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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외반증에 걸리면 발 바깥쪽으로 걷게 돼 퇴행성관절염이 일찍 찾아온다. 연세견우병원 박의현 원장이 환자에게 발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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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직립보행을 하면서 숙명처럼 고통을 받는 신체 부위가 있다. 발이다. 발은 몸의 밑바닥에서 체중의 압력을 오롯이 견뎌낸다. 신발의 기능보다 패션이 강조되면서 발은 더 혹사당한다. 여름은 발질환이 늘어나는 계절이다. 발을 노출하면서 외상이 잦고, 발 보호 기능이 떨어지는 샌들을 선호해서다. 병든 발만 전문으로 치료해 온 의사가 있다. 연세견우병원 박의현 원장이다. 그는 국내에서 드물게 족부질환 수술을 1만례 이상 했고, 획기적인 새 치료법으로 치료기간도 단축했다. 의료계에서조차 그를 발 전문가, ‘족부질환 스페셜리스트’로 인정하는 배경이다.

발은 신체 중에서 가장 괄시받는 부위다. 하지만 발은 함부로 다룰 기관이 아니다. 발은 26개의 뼈와 94개의 관절, 수많은 힘줄과 인대로 구성돼 있다. 그만큼 섬세하고 다양한 일을 수행할 수 있다. 문제는 무릎이나 고관절처럼 큰 관절이 없어 ‘잔고장’이 잦다는 것이다. 발질환이 생기면 걸음이 불편해지면서 무게중심이 틀어지고, 전체 균형이 깨진다. 온몸 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발이 건강해야 다른 관절도 건강

대표적인 족부질환인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이 발 바깥쪽으로 치우치는 변형)에 걸리면 발 바깥쪽으로 걸음을 걷는다. 그러면 발목이 잘 삐고, 이런 사람은 안쪽 무릎에 관절염이 잘 생긴다. 당연히 안 좋은 자세로 허리디스크가 생길 확률도 높다. 현재 인공관절수술 환자 10명 중 7~8명은 무지외반증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족부는 발과 발목에 대한 모든 질환을 다룬다. 발에는 수많은 뼈와 신경·혈관이 모여 있는 곳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전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에 족부질환 전문가는 많지 않다. 발만 전문으로 진료·수술하는 의사는 100명도 채 안 된다. 박의현 원장은 그중에서도 특출나다. 무지외반증·족저근막염, 발목인대 및 연골 손상 등 족부질환 수술이 10년간 1만례가 넘는다. 1만례 이상 족부수술 경험을 가진 의사는 대학병원 교수를 포함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수술 후 재발한 환자도 찾아와

수술 경험은 실력을 의미한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수술 노하우가 쌓이고, 최적의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다. 대형 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례로 경험이 부족한 의사가 6시간 걸리는 수술을 박 원장은 한 시간도 안 돼 마무리한다. 수술시간이 짧다는 것은 빠른 회복과도 직결된다.

 연세견우병원은 개인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때로 3차 병원 기능을 한다.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가 재발한 환자도 그를 찾는다. 특히 엄지발가락 뿌리에 튀어나온 관절 부위를 깎아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가 재발한 중증 무지외반증 환자가 많다. 박 원장은 이런 환자에게 엄지 두 번째 마디 뼈(중족골)를 돌려 일자로 맞춘 다음 고정시키는 ‘중족골 절골술’을 한다. 증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발이 변형되기 이전의 상태로 아예 교정하는 셈이다. 이렇게 치료된 무지외반증은 97~98%가 재발하지 않는다.

박 원장은 수술 전문가이면서 연구하는 의사다. 이미 SCI급 학술지에 다수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2011년에는 무지외반증 수술 후 수술 부위 복합주사 투여요법을 개발해 SCI급 학술지에 발표했다. 주로 골절 환자나 인공관절수술 환자에게 사용되던 진통요법을 응용해 무지외반증 환자에게 적용한 것이다. 기존 마약성 진통제나 경막외 통증 조절은 한계와 부작용이 있다.

무지외반증 수술 1박2일이면 퇴원

복합주사 투여요법을 주사한 환자 30명과 주사하지 않은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통증과 만족도를 비교한 결과, 통증을 가늠하는 지표인 VAS(visual analogue scale)가 수술 후 1일째와 2일째 주사군은 각각 3.1, 3.4인 반면 비주사군은 5.5, 4.8로 통증이 컸다. 또 만족도는 주사군에서 8.2, 7.5로 높은 데 반해 비주사군은 3.5, 4.6으로 절반 수준이었다.

박 원장은 이 요법과 발목 부분마취로 입원 일수까지 줄일 수 있었다. 대부분의 병원은 무지외반증 수술에 하반신 마취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연세견우병원은 국내에서 무지외반증 수술을 1박2일로 운영하는 거의 유일한 병원이다. 박 원장은 “수술 후 회복은 수술을 얼마나 빨리 끝내느냐와 수술 후 통증을 얼마만큼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수술이 빨리 끝나고 부분마취로 회복이 빨라 수술 당일 퇴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무지외반증뿐이 아니다. 3대 족부질환인 족저근막염과 발목 인대·연골 손상에서도 연구성과는 이어진다. 박 원장은 족저근막염 치료에 고에너지 체외충격파를 적용해 그 결과를 학회에 최초로 발표했다. 족저근막염은 고에너지 충격파를 썼을 때 제대로 된 효과를 보인다. 환자의 88%는 수술이 아닌 체외충격파만으로 충분히 치료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한편 발목연골 재생 방법의 양 축인 미세천공술과 연골이식술을 직접 비교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두 가지 방법을 비교한 논문은 없었다. 45세 이상이거나 동반 손상이 있는 경우 등에서 손상된 연골의 크기(지름)가 150㎜보다 작더라도 본인 연골을 이식하는 것이 치료결과가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 일반적으로 150㎜보다 손상이 클 때 연골이식을 권장한다. 박 원장은 “발목내시경 치료를 받았는데도 계속 아픈 환자들이 있는데,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에는 자가연골이식술 경험이 풍부한 의사로부터 이식술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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