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엔 1쪽짜리 보고서 … 국방부는 15쪽 보고서 받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윤모(20) 일병 사망 직후 국방부 차원에서 윤 일병에 대한 선임병들의 엽기적인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이 당시 국방장관이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고체계 감찰에 관여하고 있는 관계자는 “윤 일병이 사망한 다음 날(8일) 오후 3시30분쯤 국방부 조사본부는 A4 용지 15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헌병대로부터 온라인으로 전달 받았다”며 “여기에는 선임병들이 윤 일병에게 가래침을 핥게 하고, 링거(수액) 주사를 맞혀 기력을 차리게 한 뒤 또 때렸다는 등의 구체적인 가혹행위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8사단 헌병은 윤 일병이 병원에 실려간 6일 오후부터 조사에 착수했고, 다음 날엔 6군단 헌병이 투입돼 본격적인 조사를 했다”며 “조사 중간중간 속보 형식으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보고를 받았고, 이틀 동안 구체적인 가혹행위와 관련한 상당 부분이 파악돼 종합보고서 형식으로 보고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각 군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헌병의 최상위 기관으로, 경찰 조직의 경찰청에 해당한다. 국방부 차원의 사건 조사는 물론이고 일선 부대의 헌병대에서 보고한 사건·사고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해 장관에게 보고하는 역할도 한다.

 이에 따라 조사본부가 종합보고서를 통해 사건 진상을 파악하고도 김관진 당시 장관에게 보고를 누락했는지가 감찰의 핵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감찰 관계자는 “조사본부는 보고서 입수 당일 오전 7시10분쯤 윤 일병 사건의 개요를 ‘육군 일병, 선임병 폭행에 의한 기도폐쇄로 사망’이라는 제목의 1장짜리 문서로 보고했다”며 “여기에는 가혹행위와 구타에 의해 사망했다는 내용은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가혹행위는 생략돼 있었다”고 밝혔다. 조사본부가 국방장관에게 윤 일병이 지속적인 가혹행위와 구타에 의해 사망했다고 보고했지만 이후에 파악된 엽기적인 가혹행위까지 추가로 보고했는지 여부는 더 확인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보고 문제가 논란이 되자 김 실장은 지난 4일 “상세한 수사 결과를 보고받지 못해 사건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전·현직 국방부 장관이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히자, 국방부 감사관실은 지난 6일부터 28사단과 6군단, 3군사령부, 육군본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등 이 사건과 관련된 부대와 기관을 상대로 사건 보고 과정의 문제를 정밀 감사하고 있다.

정용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