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반가운 세월호 특별법 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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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4·16 세월호 참사 이후 불안과 혼돈에 휩싸였던 정치권이 모처럼 희망의 싹을 보여줬다. 어제 새누리당 이완구·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 수습을 위한 국회 일정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가장 큰 쟁점이었던 ‘세월호 특별법안’의 내용과 처리 시점을 합의했고 두 번째 쟁점이었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청문회 출석 문제를 국정조사특위 여야 간사단에 위임했다. 이에 따라 국가를 혁신하기 위한 정부조직법안·김영란법안 등과 서비스발전기본법안·의료법안·주택법안 등 이른바 ‘경제활성화 19개 법안’의 신속한 처리도 가능해졌다.

 그동안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무능과 책임회피, 숱한 인사 실패를 거듭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을 대로 잃었다. 정치권은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세월호 이슈를 정쟁의 소재로 이용해 국민의 환멸을 샀다. 특히 7·30 재·보궐 선거에서 유권자는 새정치연합의 ‘세월호 정치화 전략’을 엄중히 경고했다. 참패한 야당이 국민의 경고를 무섭게 여겨 더 이상 세월호 협상에서 억지를 부리지 않게 된 게 타결의 배경이 됐다.

 합의에 따르면 세월호특별법은 피해 가족이 포함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되 야당과 피해 가족이 요구했던 수사권·기소권은 위원회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대신 현재 발효 중인 상설특별검사법을 활용해 특검을 발동키로 했다. 국가의 법체계를 흔들지 않으면서 피해 가족의 소망을 반영할 수 있는 길을 텄다. 단원고 피해 학생들인 2학년뿐 아니라 3학년 학생들에게도 대학특례입학의 기회를 준 것에 대해 다소 과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수용할 만하다 하겠다.

 국정조사 청문회는 여전히 김기춘 실장의 출석 문제가 남아 있다. 300여 명의 국민이 정부의 총체적 무능으로 단 한 명도 구조되지 못한 채 해상의 원혼으로 떠도는 걸 생각하면 김 실장은 한 번이 아니라 열 번이라도 국회 출석을 마다할 일이 못 된다. 여야 간 원만한 타협이 있길 기대한다. 큰 문제가 타결됐으니만큼 이제 정부와 국회는 세월호 이후의 심기일전과 경제살리기에도 합의정신을 이어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