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m 밖 불꽃 30초 내 감지 … 대당 200만원 고가 기기 불량품은 20m에서 5분 걸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불꽃감지기는 연기감지기·열감지기 같은 자동화재 탐지기의 한 종류다. 대당 200만~250만원 수준으로 대당 5000~1만원 이하인 다른 감지기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만큼 첨단기술이 집약돼 화재 초기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품이다.

 하지만 K사는 센서 감도를 조작하거나 구형 센서로 바꿔치기하는 수법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K사가 소프트웨어 조작을 통해 불꽃감지기의 센서 감도를 기준치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춘 사실을 확인했다. 정상 제품이라면 60m 밖에서 일어난 불을 30초 내에 감지해야 한다. K사 불꽃감지기는 불이 20m 이내에 있어야 감지되고 그나마도 3~5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한 소방관은 “군사작전을 할 때 경계 근무를 하는 병사가 적을 발견하지 못하면 본대가 몰살당할 수 있다”며 “가까운 거리에서 큰불이 나야만 불꽃감지기가 경보음을 울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K사는 센서 자체를 원래 승인받은 것과 다른 제품으로 바꿔치기한 의혹도 받고 있다. 새로 개발한 제품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으로부터 먼저 ‘형식승인’을 받는다. 이후 실제 판매를 위해서는 다시 한번 ‘개별 검정’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 또 소방법규상 불꽃감지기와 같은 소방방재 설비는 제품의 부품이나 회로도 설계가 조금이라도 달라져도 KFI의 재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안전에 직결되는 중요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K사는 ‘선수(選手)’로 테스트를 받아 일단 승인 절차를 통과한 뒤 실제 시장에 내놓을 때는 승인 받은 제품의 껍데기에 구형 센서를 장착한 의혹을 받고 있다. ‘선수’란 성능시험 등을 통과하기 위해 신형 센서로 만든 테스트 전용 제품을 뜻하는 은어다. 경찰은 K사가 ‘선수’ 100여 개를 외부 도움을 받아 만들어놓고 테스트 기관인 KFI의 눈을 속여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구형과 신형 센서는 개당 1만~2만원의 가격 차이가 난다.

채승기·이서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