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조합·협회의 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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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난립해 있는 각종 조합· 협회 등을 11월말까지 대폭 정비키로 한 정부당국의 결정은 매우 타당하고 적절한 조치다.
이들 단체들의 설립 목적은 회원상호간의 이익증진과 친목·정보보교환 등을 대부분 내걸고 있으나 일부의 행태를 보면 목적과는 동떨어진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되어 온 감이 없지 않았다.
가입회원의 회비로 운영하면서 오히려 회원에게 피해를 주거나 일반국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반사회적 작태마저 있었던 것이다.
관계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조합 등 단체가 전국 9백여개 업종에 2만5천6백여개나 있으며 그중 1백40여개 업종 8백7O여개가 역기능을 자행한 사실이 드리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부당행위를 예시하면 행정기관과 회원과의 부정거래중재, 요금 및 조합비 인상의 자행, 인사 및 경리부정 등이 대부분을 점하고 있다.
이처럼 조합·협회들이 본연의 업무에서 일탈하여 사회부조리를 만연시키는 일종의 본거지로 변한 것은, 감독기관의 「컨트롤」이 불가능할 만큼 수없이 생겨났으며 그로 인해 유사단체가 중복되어 상호간에 알력이 발생하고 또 회원간의 이해대립을 조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조보다는 파쟁이 잇따르고 심지어는 회원유치 경쟁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합·협회의 중복설립 등 난맥상은 그 자체의 혼란은 물론이고 업계에 주는 부담이 더 큰 문제점으로 일찍부터 지적되어 왔다.
최고 기백만원에서 최저 기만원까지 가입비를 받고 연·월회비·기부금 등을 징수함으로써 회원에게 과중한 비용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체들은 70여개 내지 80여개의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여야 하고 막대한 가입비·회비를 납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무역업체의 경우, 기능이 유사한 수출조합에 가입비·회비 외에 수출추천로를 수출액의 일정비율로 납입하여 그만큼 원가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빚고 있기도 하다.
명목은 질서있는 수출, 시장조사 및 정보제공에 대한 반대결부라고 하지만 그 보다는 업체의 경비지출에 기생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중·삼중의 부담증가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한가지 예로 직물류 수출조합만해도.의류·「스웨터」·「메리야스」·면제품·홀치기 수출조합 등으로 분립되어 있어 의류 수출업체들은 각각 별도로 각 조합에 가입을 해야만 한다.
어떤 대기업체는 80여개의 조합이나 협회에 가입해 있는 예도 있었다.
그래서 수출을 할 때마다 추천료를 해당 조합에 내고 다시 상위단체에 또 회비를 원천공제 당하도록 되어있다.
물론 문제가 된 상위단체로서는 그 나름대로의 필요성을 역설할지 모르나 절차의 간소화, 불필요한 사회적 경비의 절감을 위해서는 조합·협회의 통폐합 등 과감한 정리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유사성을 띈 동방는 통합하고 회원에게 불이익을 초래한 것은 해산토록 하며 계속 존립하는 것이라도 기구축소 등 운영합리화를 기하도록 하겠다고 정비방향을 제시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며 각계의 광범위한 환영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전에도 조합·협회의 정비가 있었지만 그후에는 위인설관·민간단체의 압력 등으로 어느새 다시 이름만 바꾸어 등장하는 현장이 없지 않았음에 비추어 앞으로는 과오의 재현이 없도록 각별한 감독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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