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골에서 맞는 4번째 가을…농촌을 소재로 한 연작도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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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작가 이문구씨(40)가 있는 곳은 경기도 화성군 향남면 행정리. 수원에서 서해쪽으르 50릿 길. 한참을 자갈길 시외「버스」에 시달려 봉담·팔탄 두 마을을 빼돌리고 닿으면 발안이란 곳에 다다른다. 이 발안에서도 한 30분을 신발에 황토를 묻히며 더 걸어야 이씨가 사는 마을이 나온다.
이씨가 사는 곳에서 다시 서해쪽으로 조금 가면 대성농장·방농장이란 유명한 낚시터가 있고, 서쪽으로 가면 조암 부근에 서해 바다가 푸르게 펼쳐지는 곳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씨가 사는 행정리. 남양만 쪽에서 불어오는 비릿비릿한 바닷바람이 소문 번지듯 온마을을 일렁이게 하는 동네다. 이씨가 행정리에서 생활을 시작한지도 벌써 4년. 77년 가을부터 이제 4번째 가을을 맞고 있다.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벼가 바람이 일 때마다 파도처럼 출렁거린다. 지열에서 풍기는 풋풋한 냄새가 낮선 향기처럼 도시인을 놀라게 했다. 그 풋풋한 냄새는 건강한 흙 냄새였고, 놀라운 것은 이씨의 몸에서도 같은 냄새가 났다.
이씨가 사는 집엔 이씨 가족(부인과 두 자녀)뿐 아니라 염소 두 마리, 예쁜이(강아지)한 마리, 올 봄에 깐 중닭10여 마리, 자라도 한마리 함께 살고 있다.
『글쓰는 사람들이 먼 곳에 흩어져 살았으면 좋을 것 같아요. 가령 동해 쪽에 한사람, 남 해 쪽에 한사람, 산골에도 한사람쯤 묻혀 살면…』
그래서 몇 사람씩 작당을 해서 찾아가 술도 마시고 문학과 예술 얘기도 나누고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얘기다.
가을이 짙어지면서 고추·감자·고구마 등이 풍성해졌다. 모두가『이웃에서 한 바구니씩 거저 갖다주는 것들』이라며 시골인심을 자랑한다. 마을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10여명씩 몰려 이씨 집 툇마루에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한다.
집에서 어물거리면 토끼풀을 뜯어다 먹여라, 쇠죽을 쑤라는 등 심부름이 많아 이씨 집으로 피신한 것이 다고 이곳에서 이씨는 농촌마을을 소재로 한『우리 동네…』연작 중·단편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고 방의 행정리는 더욱 아름답다. 가을밤에 발목을 적시고 울타리를 나서면 가을을 다듬는 풀벌레들은 더욱 자지러지고 중천에 오른 달은 옷 벗은 여인처럼 크게 떠올라 바로 쳐다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맑게 보인다.
그림 김준식기자
사진 이해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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