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진단|최규원<서울대의대·내과>⑧<93>|방사선요법·항암제는 위암엔 효과 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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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반적으로 암의 치료법에는 다음의 4가지가있다. 즉 암조직을 떼어내는 수술요법, 암 조직을X선이나 동위원소로 죽이는 방사선요법, 암세포를 여러 가지 항암제로써 제거하는 화학요법, 그리고 신체의 저항력을 길러서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시키는 면역요법 등이다.
이 가운데서 우선 방사선요법은 위암에 대하여는 효과가 없는 것이 벌써 오래 전에 판명되었다.
위암에 대한 화학요법에 사용되는 항암제로서는 옛날부터 사용되어오던「화이브·에프·유」라는 약을 비롯해 최근에는「후트라폴」,「마이토마이신」,「아드리아마이신」등의 약이 개발되어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실제로 환자에게 사용하는데 있어서는 문제점을 많이 갖고있다.
아주 최근에는 이러한 여러가지 항암제를 적절히 병합, 사용하여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보고도 있지만 위암 환자를 화학요법으로 완치하기에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
면역요법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선전되고, 또 실시되고있는데 어떠한 약제를 사용하든 간에 아직은 만족할만한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있다.
며칠 전에 보도기관들을 통하여 거른 되었던「인터페론」도 사실 아직은 실험적 단계에 있으며, 더욱이 위암에는 별로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고 보니 위암은 절망적인 변인 것처럼 생각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위암은 초기에 발견하기만 하면 수술 요법으로써 완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의학용어이기는 하지만 위암가운데 소위 조기위암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단순히 위암의 초기란 뜻이 아니고 위벽가운데 점막층에만 암세포가 퍼져있는, 아주 초기의 위암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위암을 발견할 수만 있으면 95%이상의 환자를 완치시킬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조기위암의 상태로 진단되는 위암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있다.
서울대학교 법원에서 최근 약5∼6년간 경험한 조기위암의 수는 통틀어서 약1백례 정도밖에 되지 않고, 우리나라 전체로 보아도 아직 5백례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가지 희망은 요즈음 진단기술이 발달하여 조기위암의 발견율이 점차로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반드시 조기위암이 아니더라도 암세포가 퍼지는 것이 위벽의 근육 층에만 머물러 있는 경우는 역시 예후가 좋아서 수술 후에 완치되는 율이 60∼80%에 달한다. 15년 전 만해도 우리나라에서 위암 수술을 받은 후의 완치율이 10%정도에 머물러 있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정말로 눈부신 발견을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근치 수술 후에 화학요법이나 면역요법을 보조적으로 시행하면 더욱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금도 위암이란 진단을 내리고 수술을 권하면 환자나 보호자들이 위암수술은 하나마나요, 오히려 하는 족이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벌써10년도 더 전에 고쳤어야할 낡은 생각이다. 대체로 내과의사가 수술을 권할 때에는 무조건 따르더라도 큰 잘 못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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