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경제의「8자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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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공의 새 수강 조자양은「제5기 전인대」의 마지막날 이른바 사회주의의 현대화를 강조하는 연세에서『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공허한 관념과 생산의 파탄 및 관리의 부재로 특징지어 지던 모택동 시대와는 달리, 중공이 앞으로 현대적인 경제구조를 지향해 나갈 것임을 자기한 것이다.
중공의 이런 방향전환은 78년12월에 있었던 당「3중 전회」에서 처음으로 공식 결정되었다. 이 회의에서 등소평과 진운등 이른바 실용주의자들은 경제분야에서의 모택동식 극좌노선을 비판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조정·개혁·정돈·제고」로 표현되는「8자 방침」을 채택했었다.
「8자 방침」은 한마디로 경제합법 즉성으로의 복귀와「비례관계의 조정」「가강단선」 「축단장선」의 제 방침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부문별 투자「셰어」를 균형 있게 바로잡고,「에너지」·소재산업·수송항만부문의 관리상 약점을 쇄신하며, 무리한 경제목표를 축소하거나 하향조정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경의 신권력층은 3년간의 조정기를 거쳐 81년부터는 보다 합리화된 새로운「10개년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그 전반적인 기조는 농업과 경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고 왕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 자는데 역점을 두고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외부세계의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요와 조등이 관리「시스템」의 개혁, 기업문의 경쟁,「연합기업」의 추진 등 서방세계의 경영방식과 시장경제원리를 일부 도입하고「인센티브」제도를 채택하는 한편, IMF와 세계은행등 서방 국제경제질서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발상전환은 공산국가 특유의 중앙집권적이고 관료주의적이며 저급인력위주의 관리방식만 가지고는 도저히 생산증대와 현대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으며, 주민생활의 궁핍화도 막을 길이 없다고 하는 중공 나름대로 반생의 소산이라 하겠다.
새수상 조자양은 이미「8자 방침」이나 신「10개년 계획」이 나오기, 전인 문혁기간부터 당시의 4인조가 떠들어대던「대채농법」이나「대경공법」과 달리 이른바「삼자일포」주의를 실시하여 주목을 끈바 있다.
그의「삼자일포」주의는 생산대와 기업의 자주관리제도·「보너스」제도·노동과 생산의 청부제도·단위업소의 책임경영제도·부업의 권장, 그리고 농민자유 지율의 확대 등으로 요약되었다.
조자양과 호요방 등 중공의 새 집권세대는 앞으로도 이 방침을 더 확대하여 서방선진국 기업과의 합판회사 설립을 비롯해, 모택동과「스탈린」「레닌」그리고「마르크스」가 감히 용납할 수 없었던「자본주의적 경제원리」를 십분 원용하려 할듯하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공산주의「교리」의 통렬한 자기부정이라 하겠으며 자유기업원칙과 시장경제원리의 우월성을 그 반대우의 입을 통해 입증한 좋은 사례라 하겠다. 그러나 한가지 명백한 사실은, 중공이 그 정치적 경직성과 사상·문화의 통제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경제수리를 개혁한다해도 잠다운 의미의 현대화는 기할 수 없으리란 점이다.
더욱이 현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급 기술인력이 확보돼 있어야하는데 현재 중공에서 비교적 고급한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인구는 불과 3천7백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10%에도 미달하는 형편이다.
또 자본 면에 있어서도 내자부족은 물론이고 외자 역시「자산 제연소」의 실패사례가 말해주듯 투자여건이 극히 열악하여 충분한 조달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다. 이 점에서 중공의 현대화나「개방」「자율화」「시장경제」도입이란 지극히 파행적이고『한계 있는 것』이며, 더군다나 그것이 중공사회의「민주화」나 정치의「자유화」를 초래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하나의 커다란 환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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