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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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다취는 동양인 특유의 운치 있는 생활취미다. 일본인들은 「다도」라는 예절까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심취하고 있다.
「도」라고는 하지만 일본인들은 청결에 특히 민감하다.
다의 고전이나 다름없는 『다록』(11세기 채양저)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우선 차를 마시는 분위기를 무엇보다 존중하는 것 같다. 차를 함께 마시는 사람이 많으면 그분위기가 시끄러워 차 본래의 고상한 맛을 잃기 쉽다. 그 분위기에 따라 「이속」·「한적」·「유쾌」 · 「저속」, 「박애」등이라는 말이 있다.
「이속」은 혼자서 차를 마시는 경우이고, 둘이서 마시면「한적」,셋이나 넷이서 마시면「유쾌」,다섯이나 여섯이서 마시면「저속」.
차를 마시는 사람이 일곱이나 여덟이 되면「박애」라고 했다. 좀 경멸 적으로 하는 얘기다.
차에 관한 중국의「에세이」인『다소』 라는 책도 있다. 이 「에세이」는 『차를 마시기에 알맞은 때』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인상적인 몇 구절은 『마음이나 손이 한가할 때』, 『생각이 어지러울 때』, 『노래가 끝났을 때』,『하늘은 맑고 바람은 고요할 때』,『잔치가 끝나고 손님이 가버린 뒤』…
『다소』 에는 『차를 마셔서는 안될 때』도 얘기하고 있다. 『편지를 읽으면서』, 『서류를 보면서』,『호우나 눈이 내릴 때』, 『바쁜 날』….
세상은 한결 분주하고 어수선해 언제 한가하게 차의 예절을 차릴 겨를도 없지만 때로는 생활의 운치를 즐기는 면도 있어야한다. 우리의 선인들은 차를 마실 때 특히 예절을 중요시했다. 정제· 정안· 정립· 정적· 정화· 정비 등이 모두 그에 따른 의식이다. 차를 달이는 화로를 중심으로 수좌·차좌 등 앉는 순서부터 예절을 차린다.
우리의 선신들이 차를 즐겨 마시기 시작한 건 신라때부터라고 한다. 신라는 화랑도를 길러낸 시대이기도 하다. 필경 이 무렵엔 부덕의 향훈이 그 시대의 도덕적 분위기를 이루었던 것도 같다.
차를 마시는 법도도 역시 부덕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우리나라에는「다성」으로 불리는 사람도 있다. 초의위사. 이조시대에 그는 추사 (김정희), 다산(정약용)등 당대의 석학· 예인들과 교류하며 다선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요즘 우리문화계의 일각에서「다도」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 「세미나」도 열리고 실제로 차 마시는 시음회 등도 잦다. 번거로운 세상에 그런 일들은 고루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럴수록 옛것에 대한 향수가 깊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시속을 떠나 생활의 미덕이랄까, 한적을 존중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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