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극의 질적 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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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4회 「대한민국 연극제」가 11일 개막된다. 이번 연극제에는 9개 극단이 참가하여 7일간씩 49일 동안 일종의 「축제」를 벌이게 된다.
종래와는 달리 이번 연극제는 단체경연형식이 아니라 「페스티벌」로 열리고 타상에 있어서도 단체상제도를 폐지한 대신 희곡· 연출· 미술· 연기·신인등 각 부문별로 10인상을 수여한다는 것이다.
또 실험극·창작극의 초연을 위주로 한다는 것도 종래 연극제에서 보기 힘들던 특징이다.
한마디로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일부 연륜 깊은 극단의 참가기피경향이라든가 심사결과에 따른 잡음 등을 피하고 단체상으로 돌려지던 재원을 참가극단의 제작비와 개인상등으로 전용함으로써 문자그대로 연극제전을 개최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특히 이번 경우 창작극만 공연케 함으로써 창작활동을 뒷받침하려는 것은 돋보이는 일이다.
지난날의 연극제때는 대부분의 공연작품들이 과거에 이미 여러 차례 무대에 올려졌던 것이라서 관객들이 적잖이 실망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사전 심사제 같은 것을 채택했기 때문에 일부중진 연극인들이 이를 기피하거나 무시하는 경향마저 없지 않았다.
이 때문에 거창한 소문과는 달리「연극제」가 한낱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았느냐 하는 자생의 소리도 심심찮아 들렸던 것이다.
이번엔 대체로 이런 결함에 대한 반생에 기초해서 『연극제다운 연극제』를 시도해 보려한 듯한 노력이 엿보인다.
공연될 작품의 성격을 보면 사극이 5편 현대극이 4편인데 대개가 신진이나 중견들의 작품이고 개중에는 실험적 성격이 강한 것들도 포함 돼있는 것으로 보아 종래의 진부성을 탈피하려 한 듯 하다.
그 중에서도 작가 개인의 신앙적 체험을 바탕으로한 작품이나 시가극 같은 것은 근래 한국연극이 시도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경지개척이 되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한다.
재수생들의 문제점을 소재로 했다는 어떤 작품은 특히 종래의 우리 연극이 흔히 빠지기 쉬웠던 관념적 안일성을 탈피해 보려는 한 시도가 될지도 모르겠다.
시상을 단체별로 하지 않고 분야별로 하기로 한 것은 시상의 의미를 「수고비」로 하지 앓고 「예술진흥비」로 전환한 좋은 착상이라 평가할 만하다.
신극사 70여년을 돌파한 한국의 연극계는 이제 획기적인 전기를 이룩할 때에 이른 감이다.
소재면에 있어서는 민족문화의 창달이란 커다란 명제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어야만 하고 연출이나 형식면에서는 보다 왕성한 실험 욕을 고도의 예술촌에 바탕해 표출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안일한 파한적 연극이나 저속한 흥행성에서 진일보하여 민족의 가장 고매한 정서와 염원을 형상화하는 「살아있는 연극」, 관객과 더불어 「동참하는 연극」, 그리고 일상생활의 일부로 흡수할 수 있는 「친근한 연극」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새로운 발상으로 시도하는 이번 연극제가 한국연극의 질량을 일신하는 획기적인 계기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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