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분리로 권력기반 더욱 강화|경제관리체제 등 혁신…4개근대화 가속화할 듯|화, 군사위주석자리마저 빼앗겨 실각임박|등 주축 실용노선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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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화국봉의 수장직사임은 지금까지 중공의 사실상의 실권자였던 당부주석겸 부수상 등소평의 커다란 승리로 평가할 수 있다.「홍」보다는「전」을 앞세워4개 현대화계획을 주도해온 등은 화국봉과 함께 자신도 국무원 부수상직을 물러나고 대신 심복인 조자양을 수상으로 올려 앉힘으로써 권력기반을 한층 굳힐 수 있게 됐다.
7일 전인대에서의 수상직 사임으로 명목상의 당주석으로 물러앉게 된 화국봉은 현재 그가 겸직하고있는 군사위 주석직 마저도 빼앗겨 사실상 중공정계에서 거세당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7일 전인대에서 행한 화국봉의 중요연설은 등소평을 정점으로 하는 중공내 보천파가 표방하는 정책내용 그대로이다. 화는 이 연설에서 앞으로 중공이 지향해야할 목표로▲당·정 분리체체의 수립에 의한 통치구조의 개혁과▲경제관리체제의 혁신을 통한 현대화건설체제의 가속추진▲사회주의법제의 보완을 통한 법치제도로의 이행▲과감한 세대교체와 전문가의 양성에 의한 기술관료사회의 정착▲국민생활수준의향상등을 제시했다.
중공의 이 같은 방향선회는 지난 31년간 지속돼온 혁명시대가 사실상 끝나고 사회주의 체제이긴 하지만 비교적 법이 지배하는 사회체제를 수립하여 국민생활수준이 향상되는 사회를 건설하여 중흥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중공지도층의 결연한 분위기를 반영하고있다.
중공은 수상의 교체를 계기로 당은 국가의 지도노선의 수립과 당무에만 전념하고 국무원은 행정에서 당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처리하는 책임내각을 이끌며 전인대는 국무원의 행정을 감시 및 감독하여 과거의 무기력한 명목상의 기능을 실질적 권력기관으로 전환하고 법원과 검찰도 법집행의 독립성을 갖는 권력과 권한의 분리체제를 이룰 것으로 「홍콩」 의 좌익계 인사들은 전망했다.
또 중공의 경제계획도 1차적으로 국민생활의 개선이라는데 초점을 두고 장단기계획의 수립과「유고슬라비아」나「자유중국·한국의 성공한 경제정책중 중공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도의 과감한 도입을 할 것이 명백해지고있다.
이 같은 노선의 급선회가 과거와는 달리 아주 솔직하고 진지하게 자기결함과 실패를 공표 하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고 특히 화국봉이『만인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인식을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데서 중공의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볼 수 있다고「홍콩」의 중공전문가들은 논평했다.
【홍콩=이수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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