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돈 안 갚아도 형사처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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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법원은 채권·채무소송에서 확정판결을 받고서도 빌린 돈을 갚지 않는 사람들을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하는 가칭 「민사구금제」 (민사구금제),또는「채무불이행죄」를 마련, 이를 검토중이다.
대법원「송배제도 개선위원회」가 마련한 이 제도는 채무자가 소송도중에 재산을 도피시기거나「판제능력이 있으면서도 고의로 이를 회피하여 사실상 법원판결의 효력을 잃게 하는 것을 막고 승소한 채권자들이 계속적인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영·미·서독 등에서는 이미 이에 관한 별도의 입법이 되어있다.
우리나라 법제 하에서는 채무자가 재산을 도피시키는 경우 강제집행면탈죄를 적용하고있으나 재산도피사실 및 그 은닉방법 등이 채권자의 고발에 의하여서만 수사가 착수되기 때문에 실제로 활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 뿐 아니라 또 소송에 앞서 가압류·가처분신청을 할 수 있으나 이는 채권자가채무자의 재산을 스스로 찾아내야 하며 또 그에 따른 담보를 해야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따르기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이 준비중인 이 제도는 판결에 불복종하는 채무자를 1∼6개월 간 구류 또는 노역장에 유치토록 하는 이외에 독일의 경우와 같이 고일파근제를 도입, 파산선고를 한 뒤 공직취임·이민 또는 해외여행을 금지시키는 법적 조치 이외에 은행융자 등 일체의 경제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채무불이행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 제도가 채무자에 대한 재산상의 제재가 아닌 사람자체를 처별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개인의 인격을 중시하는 근대법의 근본이념에 배치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어느 다른 나라보다도 기본귄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는 영·미·서독에서도 이를 채택하고 있고 또 우리 법제에 있어서도 수표채무자에 대해 부정수표단속법상의 형사처벌을 하고있는 것을 감안하면 일반채권·채무관계에도 이를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미 법의 경우, 판결에 따르지 않는 채무자에 대해서는 법원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행위와 같은 「법정모욕죄」로 간주하여 구금 또는 노역장에 유치 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또 서독에서는 「공개선서제도」를 채택, 채무자가 재산을 도피하거나 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을 발해하는 경우를 예상해서 그 대책으로 채무자에게 재산에 대한 공개선서의무를 지우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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