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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 타고 판화전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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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O년대의 풍요도 종막을 고하고 혹심한 불황의 하한기를 보낸 화랑가가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연이은 판화전으로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열렸던「브리티시·팝·아트」전(공간화랑)을 「스타트」로 김봉태 판화전 (8월22∼30일·동산방), 한국판화·「드로잉」대전 (8월19일∼9월4일·국립현대미술관) ,판화 「그룹」전 (1∼7일·「그로리치」화랑) 등 전시회들은 조만간 우리 화단에 판화「붐」이 일 것을 예견케 한다.
우리 나라 화단에서의 연대 판화는 50년대 중반 정규 유강렬·이항성씨 등을 주축으로 시작된 이후 60년대 후반부터 판화인구가 늘기 시작했다. 7O년에 이르러 국제판화 「비엔날레」를 비롯, 각종 공모전에 판화부문이 설치되기도 했으나 미술의 다른「장르」에 비해 발전속도가 극히 둔했던 것은 사실이다.
「화랑가의 불황」속에서 종래의 「마이너리티」개념을 깨고 판화전이 이처럼 활발하게 열리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서 윤명노 교수(서울대 미대·한국판화협회장)는『작품을 해나 가는데 다양하고 새로운 표현매체가 필요하다는 화가자신들의 의식발생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한다.
70년대 초반에는 판화만을 전공으로 하는 화가와 그렇지 않은 화가로 뚜렷하게 구별되었지만 요즘은 거의 모든 화가들이 판화제작에 참여하고있다는 것. 판화협회원이 아닌 신진 「그룹」까지 합쳐 1백 여명 정도가 판화를 제작하고 있다.
미술평논가 오광수씨는 『10년만에 처음이라는 화랑가의 불황을 타개하려는 시도』라고 풀이한다. 판화는 가격이 저렴하므로 「오리지널」그림은 엄두도 못내는「샐러리맨」층의 미술애호가들이 쉽게 구매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이에 비해 박주환 씨(화랑협회장)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환기시키자는 뜻』이라고 말한다. 현대건물의 공간에서 판화가 가장 자연스럽게 처리할 수 있는 경우에도 무턱대고 값비싼 동양화나 서예를 걸어놓는 예가 흔하다는 것. 『이런 잘못된 시각을 고쳐 줌으로써 판화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게 되고 필요성을 느껴 구매력도 커지지 않겠느냐』고 박씨는 덧붙인다.
이번 일련의 전시회를 통해서 일반인들이 판화가 무엇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으며 관심도 큰 것으로 드러났다.
사설화랑의 경우 하루 평균 60∼1백명,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평균 1천명 (휴일제외)정도의 관람객이 몰렸을 정도.
아직은 국내미술시장이 협소하여 판화의 강점인 대량공급수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전망은 무척 밝다.
『판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공방이 설치돼야 한다』는게 세 사람 공통의 의견.
판화는 힘과 시간이 많이 들고 또 시설도 필요하므로 이런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전문적인 판화공방이 새워질 것을 모두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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