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찍이든 당근이든 언론에는 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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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국회에서 언론사의 시장점유율 조정 의지를 강력히 천명했다. "특정 언론의 과다한 시장점유율은 국민 여론과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인식에서다. 그러나 정부의 언론시장 개입이야말로 '제4부'로서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기능을 위협하는 조치다.

李장관은 여론을 만드는 언론들 중 상위 3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75%에 가깝다며 공정거래법을 원용해 독과점지정 제한을 시사했다. 만약 이것이 신문의 빅3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면 크게 잘못된 것이다.

전국 1백20여개 신문 가운데 빅3의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40%를 밑돌고 있으며 ABC제도가 전체 신문업계에 정착되지 않은 현실에서 신문부수 점유율은 정확한 측정이 아예 불가능하다. 근거부터 엉터리인 셈이다.

더욱이 신문산업은 공익성을 담보로 한 사기업이다. 따라서 이윤추구를 최우선으로 삼는 일반 사기업과 같은 잣대로 통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백보 양보하여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현 시장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일반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제재도 매출액 기준 3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75%를 넘는 경우라도 '담합 또는 불공정 행위'로 시장 질서가 무너지거나 소비자가 불이익을 받는다고 판단될 때로 극히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 간의 담합 흔적이 없음에도 굳이 정부가 나서 제재를 가한다면 우리는 이를 인위적으로 신문시장을 개편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李장관은 또 "신문공동배달제를 분석 평가해 공동배달회사 등 신문업계의 여건이 조성되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영상.음반.게임산업 등 콘텐츠 산업을 지원하는 문화산업진흥기금으로 신문배달망에 지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사 간의 불필요한 중복투자를 막고 경영의 내실화를 꾀하는 방안으로 신문공동배달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 또한 신문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 불가원 불가근(不可遠不可近). 정부의 채찍도 당근도 언론에는 모두 독(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