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신, 클래식 별이 된 자매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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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로 응원하며 성장한 자매 세 쌍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클라라 주미 강, 강유미, 정명화, 정경화, 신지아, 신아라씨. “스타일은 각자 다르지만 언제나 같은 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대관령국제음악제]

“가장자리에 앉으면 연주하기 편한데, 동생이 가운데 쪽으로 앉으라 해서 말이죠.”

 첼리스트 정명화(70)씨가 4일 전화 통화에서 멋쩍게 웃었다. 지난달 27일 대관령 국제음악제에서 차이콥스키의 현악 6중주를 연주할 때의 일을 떠올렸다. 연주 전 연습에서 음향 체크를 하던 동생 정경화(66·바이올린)씨의 ‘지적’에 따라 그는 연주자 6명 중 한 가운데로 자리를 옮겨 연주했다. 동생은 언니의 연주를 언제나 듣는다. 남 같으면 마음 상할까 하지 못하는 조언도 서슴없이 전한다. 반대로도 마찬가지다. 언니도 동생의 거의 모든 리허설과 연주에 참여한다. 정명화씨는 “음악하는 데 이만한 동지가 없다”고 말했다.

 ‘정 자매’ 뿐 아니다. ‘강 자매’ ‘신 자매’ 등 언니·동생들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음악계의 자매 전성시대다.

 ◆경쟁 보다 응원=정씨 자매는 1960년대 미국 뉴욕에서 함께 유학을 시작했다. 좁은 집의 연습 공간을 서로 양보해 가며 성장했다. 같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신아라(31)·지아(27) 자매도 서로 의지했다. 아라씨는 2006년 국제 대회의 상금을 동생에게 줬다. 상금은 지아씨가 이듬해 콩쿠르에 출전하기 위한 비행기 삯 등으로 쓰였다. 아라씨는 “서로가 얼마나 힘든 길을 가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돕게 된다”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27)씨도 언니 강유미(34·피아노)씨의 도움을 받았다. 주미씨는 “언니는 개인 연습이 끝나면 언제나 내 솔로를 위해 반주를 했다. 가끔은 자기 시간이 너무 없는 게 아닐까 걱정 될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듣는 귀가 예민한 언니 덕에 음악적으로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유미씨는 이제 전문 반주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넉넉한 언니, 화려한 동생=세 자매는 공통점이 있다. 언니들은 대체로 너그럽고 수더분하다. 동생은 비교적 예민하고 강하다. 정씨 자매는 이 성격에 맞춰 각각 첼로·바이올린을 선택했다. 클라라 주미 강은 힘이 넘치는 연주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언니 강유미씨는 독주자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유연한 반주자다. 신씨 자매도 마찬가지다. 언니 아라씨는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동생은 화려한 독주로 이름을 알렸다. 정명화씨는 “오랜 시간 음악을 한 자매들에 전형성이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5일 막을 내린 제11회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출연했다. 음악제의 구삼열 상임 고문은 “자매 파워가 막강한 음악계의 축소판을 보는 듯했다”고 정리했다. 이번 음악제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28)씨의 동생 새은(22)씨가 인턴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새은씨는 예술 경영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구 고문은 “언니 이름을 빌리지 않고도 예술계에서 성공할 인재”라 소개했다. 강력한 자매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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