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재단과 학사운영의 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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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랫동안 사회의 물의의 대상이 되어온 족벌경영 등 사학운영의 부조리와 학사부정을 척결하기 위한 또 하나의 단안이 내려졌다.
국보위가 19일 확정 발표한 「사학운영 쇄신 기본시책」은 학교재단과 학사 운영을 엄격히 분리, 설립자나 그 직계 비존속은 법인만을 맡고 학사행정은 총·학장이 독자적으로 하며, 그 대신 사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고려해서 기부금의 양성화를 비롯한 「사학 지원 기금」제도의 창설 등 지원책을 강구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방안은 또 평 교수가 참여하는 대학재무위에서 학교재정을 운영하고 정기적인 감사 및 경영진단을 실시하며, 청강생제도를 폐지한다는 내용도 담고있다.
그동안 누적되어 온 사학운영의 부조리 현상을 사회정화 차원에서 척결하고 사학의 신뢰회복과 공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지난 7월30일 발표된 「교육정상화 및 과외해소방안」에 이은 「제2의 교육개혁」이라고 평가할만하다.
그 중에서도 재단과 학사행정의 엄격한 분리는 우리의 사 교육기관의 체질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로 보여진다.
해방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학이 국가건설의 역군을 배출해 내는데 커다란 공헌을 해왔음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특히 대학의 경우 학교 수에서 76·5%, 교육재정에서 71·5%, 학생 수에서 7O·4%를 사학이 차지하고 있다는 데서 사학의 높은 비중을 엿볼 수 있다.
국고지원이 전무한 상태에서 심각한 재정난을 겪어온 것이 대부분 사학의 실정이지만, 일부 사학재단이 학교를 사물 화하고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여겼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올 봄 대학가 소요의주요원인 가운데 하나도 바로 학원의 족벌운영과 회계상의 난맥상이었다. 다시 말해서 지난날 사학부조리는 학생들의 등록금을 사용화한데서 빚어진 대학의 기업화 경향, 교직원의 정실인사, 청강생과 편입생 모집에 따른 잡음 등이라고 할 수 있다.
80년도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도가 83%에 이르렀다는 것은 결국 학교운영을 대부분 학생들의 주머니에 의존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번 사학쇄신 안은 총 학장에게 인사권을 주어 재단 측의 인사개입을 원칙적으로 봉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등록금의 임의사용을 제도적으로 막아 놓은 데 특징이 있다.
즉 대학의 예산편성과 집행은 대학재무위에서 하고 자본회계와 수지회계를 엄격히 구별함으로써 등록금으로 집이나 땅등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사실상 봉쇄한 것이다.
이 같은 사학에 대한 엄중한 규제로 사학운영은 한결 밝고 맑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육영사업에 뜻을 둔 사람들 사학설립유인을 막는 등 몇 가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앞으로 예상되는 사학의 재정난을 덜어주기 위해 기부금의 양성화 등 방안이 있긴 하나 그것만으로 사학의 건실한 운영을 보장할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오늘날 대다수 사학재단의 기본재산이 부동산위주인데 이것을 환금성이 높은 재산으로 전환하는 일과 함께 재단 재산의 교비전인이 쉽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조세감면 등 혜택을 주는 방안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 것 같다.
앞으로 장기적인 사학육성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거니와, 사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궁극적으로 국공립학교와 같은 수준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요청이다.
우리는 사학의 누적된 부조리를 척결하기 위한 국보위의 결단이 실행과정에서 닥칠 부작용을 슬기롭게 보완해서 전반적인 교육풍토개선에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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