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후 최대규모의 관가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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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기관 이하 중·하위급 공무원에 대한「7·15」숙정은 정부 수립 후 가장 큰 규모여서 공무원사회에 큰 충격과 경종을 울렸다. 총무처가 15일 발표한 숙정 대상자 4천7백60명(교육공무원 제외)은 전체 대상 정원(27만3천8백49명)의 1.7%에 해당되며 서정 쇄신이「피크」를 이뤘던 지난77년의 1천여명에 비해 무려 5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올해 공무원 퇴직율은 예년(6%)보다 1%가 많은 7%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감원선풍으로 퇴직율 23.4%(정원 23만7천5백명 중 5만5천6백78명)를 기록했던 5·16직후보다는 훨씬 적은 편이다.
이번 숙정 작업에서 대민 업무를 다루는 민원·경제 부처를 대폭 수술한 것이 특징이다.
부처별로 보면 내무부가 숙정된 공무원의 61.8%인 2천9백41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서울시=4백41명(9.3%)▲국세청=3백85명(8.1%)▲관세청=1백49명(3.1%)등의 순서.
하위직이지만 이권에 결탁하거나 민원을 야기 시킬 소지가 많은 세무·경찰·시청공무원 등에 철퇴가 가해졌다.
2급 이상 고위직을 대상으로 한 1차 때의 2백32명을 합하면 모두 4천9백92명으로 교원을 제외한 전체공무원(38만5천9백77명)의 1.3%에 이른다.
자체 숙정 비율로 따져보면 ①서울시(정원 3천2백21명)=14.1% ②관세청(2천8백50명)=5.3% ③내무부(6만2천3백99명)=4.8% ④항만청(1천8백55명)=3.3% ⑤관세청(1만3천3백58명)=2.9% ⑥감사원(6백63명)=2.7% ⑦법무부(8천3백61명)=1.7% 등의 순.
서정 쇄신을 담당해왔고 권력기관이라 할 수 있는 감사원과 법무부의 자체 정화 비율이 높은 것도 이번 숙정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2차 숙정의 기준도 ▲부정축재▲무사안일▲기회편승▲공사생활무절제 등 1차 숙정 때의 4개항이 주로 적용됐다. 그러나 고령·신체쇠약자 등 직무부적격자를 비롯, 후진을 위해 용퇴한「케이스」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이번 숙정 대상자를 모두 비위 공무원으로 낙인찍는 것은 옳지 않다.
숙정 작업은 이 같은 기준으로 각 부처 장관들의 책임아래 진행됐으나 여론 등 일정 기준에 비해 숙정 작업이 미흡한 것은 국보위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숙정으로 결원이 많이 생겼으나 올해 추가 공채 계획은 없을 것 같다.
우선 빈자리의 3분의2만 충원키로 한데다 나머지 공석도 올해 신규 채용 계획만으로 충분하다는 게 총무처 인사 당국자의 설명.
5급의 경우 지난 4월13일 필기시험 때 행정직 일반 1천14명, 체신 7백13명과 국세청 8백16명, 관세청 3백38명을 뽑아 오는 29일 최종 합격자를 통보할 계획이다.
4급 행정직(4백명)과 세무직(1백80명)의 공채시험은 오는 20일 실시하며 감사직(50명)은 이미 지난 5월11일에 필기 시험을 끝냈다.
행정고시(2백50명)는 오는 9월14일 1차 시험을 치르게 되나 지난해 뽑아 놓은 2백50명의 수습 사무관을 활용하면 충분하다는 것.
하지만 부처간의 광범위한 인사교류에서 빚어지는 어느 정도의 행정공백은 불가피할 것 같다.
인사교류는 3갑 이상 1, 2급 고위직을 대상으로 하되 경제부처와 비 경제 부처로 크게 나누고 작게는 직렬별로 우선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고급관리자를 폭넓게 양성하고 관가에 새 기풍을 불어넣기 위한다는 게 이번 부처간 인사교류의 목적.
대상공무원의 전공·적성·전문성·본인희망·기관장의 의견 등을 종합해야 하기 때문에 인사교류작업은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서구 등 선진국가에서는 고위직에 대한 부처간의 교류가 활발해 관리능력을 키우는데 힘쓰고 있다.
공직자 사회의 정화 작업은 일대 숙정의「쇼크」요법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인 것 같다.『뼈를 깎는 아픔으로 환부를 도려냈다』면 새살이 돋아나올 수 있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기에 처우 개선·신분 보장 제도 개선 등 직업 공무원 제도 확립이 꼭 뒤따라야 할 것이다.<김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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