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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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대의 입시개혁방향>
서울대학교의 입시요강이 85학년도까지 대폭 바뀐다고 한다. 요약하면 필답고사의 경우 81학년도부터 현행4지선 다형 객관식출제를 전면폐지, 모두 주관식으로 하며,82학년도부터 구술시험 제를 도입해서 고교내신성적과 면접시험의 반영 율을 단계적으로 높여 시행 마지막해인 85년에는 필답 및 구술시험 성적과 예시 및 고교내신성적이 각각 총점의 50%씩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입시제도의 이 같은 개혁방향은 일개국립대학의 입시제도에 국한되지 않고 사실상 고교뿐 아니라 모든 하급학교의 교과과정운영, 수업내용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리라는 점에서 전반적인 학교교육과 관련,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서울대의 이 같은 입시제도 개혁방향에도 그 나름대로의 문제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험관의 주관이나 정실이 개재할 소지가 있는 구술시험을 얼마만큼 객관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지역과 학교에 따라 각기 차이가 큰 고등학교의 내신성적을 얼마만큼 믿을 수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조정하느냐 여부에 새 제도의 성패는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우기 고교내신성적에 학과성적 말고도 고교 때의 과외활동과 교내활동 등도 포함시키기로 되어있어 오래 전부터 말썽이 되어온 이른바「치맛바람」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킬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팽배한 부신사조를 씻고 교육은 학교당국과 교육자의 자율에 맡겨야 할 때인 것이다.
언제까지나 교육자를 불신하고, 그들의 형태와 능동적 개혁의 노력을 봉쇄해서는 안 된다.
무릇 모든 교육단계는 제각기 독특한 교육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완결성 있는 교육을 하여야만 정상적이라 할 수 있다. 정서를 순화하고 인격수양이 강화되어야 할 성격형성기의 고교교육이 언제까지도 대학입시 위주의 예속적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데 우리 나라 교육의 파행의 한 원인이 되고 있음을 외면해선 안 된다.
또 고교3년간의 평가를 누적시킨 종합자료가 단 1회의 고행결과보다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판별하는데 안정도가 높을 수 있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고교교육의 내실화를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내신제의 확대실시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설혹 극소수 연후 교사들에 의한 성적사정에 있어서의 정실이나 부정한 내신서가 작성될 우려를 전적으로 부인할 수 없다하더라도 그것은 자료작성의 기준이나 절차를 객관화해서 상관계수화 한다든지, 부정작성자를 엄격히 처벌하는 등 제도적으로 극복해야 할 일인 것이다.
영국이나「프랑스」등 구미선진국의 대학입시에 있어서는 오래 전부터 시험요강 뿐 아니라 출제범위까지도 그 상세한 내용을 2,3년 전에 앞당겨 발표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예컨대, 어느 과목의 교과과정설정 목적은 무엇이고, 출제범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하고, 그에 필요한 인접교과목의 독서「리스트」는 무엇이라는 것까지도 미리 발표, 그에 대한 공부를 충분히 시키고 나서 시험을 치루게 하고있는 것이다.
이런 제도하에서는 전공에 따른 응시과목에서 어느 정도 이상의 깊은 소양은 쌓아야 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날치기식 공부로 합격한다든지 하는 요행을 바라지는 못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계통적으로 학문에 접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마저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가 당장 우리실정에 맞는지 여부는 좀더 검토해 볼일이지만, 대학의 기본사명, 즉 넓은 기초교양을 갖춘 지성인을 양성한다는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서, 그 중에서도 어느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학구적 분위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서는 우리 나라 대학의 입시제도도 이 방향에서 정립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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