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동두천(東豆川) 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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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 김명인 (1946~)' 동두천(東豆川) Ⅳ' 부분

지금도 기억할까 그 때 교내 웅변 대회에서
우리 모두를 함께 울게 하던 그 한 마디 말
하늘 아래 나를 버린 엄마보다는
나는 돈 많은 나라 아메리카로 가야 된대요

일곱 살 때 원장의 姓을 받아 비로소 李가든가 金가든가
朴가면 어떻고 브라운이면 또 어떻고 그 말이
아직도 늦은 밤 내 귀가 길을 때린다
기교도 없이 새소리도 없이 가라고

'모두가 돌멩이와 몽둥이로 시작되었다'는 명제는 이라크에서의 전쟁을 보면서 실감케 된다. 아직 인류의 죄는 쇠하지 않았다. 또한 여전히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여자와 어린아이다. 바그다드의 한 병원에서 팔이 잘린 아이가 멍한 눈으로 쳐다보던 풍경. 동두천에서 국어선생을 하던 시인은 '돈 많은 나라'로 가야한다는 아이의 말을 시의 중심에 비수로 새겨두었다.

강형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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