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생존학생 "우리들끼리 도와 탈출…다 나갈 수 있었는데" 선장·선원 엄벌 요청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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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당시 생존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선장 이준석(68)씨와 선원들에 대한 엄벌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28일 오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에서 단원고 생존학생 6명이 처음 증인으로 나서 사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단원고 학생 6명은 “사고 직후 제대로 된 안내방송이 없었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살 수 있었다” 등의 증언을 하며 자신들을 버리고 일찌감치 세월호에서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주장했다.

세월호 4층 선미 쪽 왼편 SP1 선실에 머물던 A양은 “배가 기울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90도로 섰다”며 “옆에 있던 출입문이 위로 가 구명조끼를 입고 물이 차길 기다렸다가 친구들이 밑에서 밀어주고 위에서 손을 잡아줘 방에서 빠져나왔다”고 했다. 이어 “선실에서 나와보니 비상구로 향하는 복도에 친구들 30여명이 줄을 선 채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구조대가 오지 않아 한 명씩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내가 뛰어든 뒤 파도가 비상구를 덮쳐 나머지 10여명의 친구들은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A양과 같은 선실에 있던 B양은 “친구들끼리 서로 도와 탈출했고 이 과정에서 승무원의 도움은 전혀 없었다”고 증언했다. 또 “손 닿으면 닿을 거리에 있던 고무보트에 탄 해경은 비상구에서 바다로 떨어진 사람들을 건져올리기만 했다”며 “비상구 안쪽에 친구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는데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고 덧붙였다.

사고 당시 친구를 만나러 선체 중앙 왼편 B22 선실에 갔던 C양은 배가 기울어져 위쪽에 위치한 오른편 선실에서 누군가가 커튼으로 만든 줄을 던져줘서 탈출했지만 도움을 준 사람이 승무원이나 해경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D양은 “배가 기울고 선내로 물이 차오를 당시 선장이나 선원들의 도움이 없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어 “선장이나 선원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검찰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D양은 “(배에서) 나가라는 방송과 도움이 있었다면 정말 충분히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저희끼리도 도와서 나갔는데 어른들이 도와주면 (많은 친구들이) 나갈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밖에 증인으로 출석한 학생들은 “‘특히 단원고 학생들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내용의 방송이 반복됐다”며 “탈출하라는 방송이 나왔다면 캐비닛 등을 밟고 많은 인원이 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판부는 지난 24일 학생들이 미성년자이고 대부분 안산에 거주하며 사고 후유증으로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광주가 아닌 안산에서 재판을 열기로 결정했다.

또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화상증언을 계획했지만 학생 대부분이 친구와 함께 증인석에 앉는 조건으로 법정 증언을 희망해 5명의 학생이 직접 법정에 나왔다.

이준석 선장 등 피고인들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재판부의 비공개 결정에 따라 학생 가족과 취재진 등 10여명만 재판을 지켜봤다.

오후 재판에는 사고 당시 부상으로 거동이 불편한 일반인 생존자 등 3명에 대한 심문이 진행된다.

온라인 중앙일보
[사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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