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의 생활화"로 성실한 자기모색을...평론가·작가들에게 들어본 성과와 반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현대미술이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로 지적되는 것은 획일적이고도 모방성의 양식이 주된 흐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것」에 대한 정립이 돼있지 않은 채 개성 없는 작품을 남발하는 기존 화단 풍조에 대해서는 이미 작가들 사이에서도 자각되어지고있기도 하지만 실상 그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신진들조차 개성 없는 기존풍토에 편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우리의 현대미술 역사가 짧아 그만큼 미술 층이 얕다는데 큰 이유가 있지만 그와 함께 신진들의 재능을 다각도로 발굴해줄 등용문이 좁았다는 것도 한 이유로 지적될 수 있다.
30년간 화단을 이끌어온 관전인 국전이 그 나름대로의 공로가 있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그 병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 관전이 올해부터 반관 반민 의 성격을 띄게된 것은 반민 전의 활발한 발돋움과 함께 우리 현대미술의 앞날을 밝게 해주고 있다.
이제 3회 째를 맞게된 중앙미술대전이 내걸어온 가치는 개성과 다양 속의 공존. 어떤 특정한「이즘」이나 유파에 치우치지 않고 역량 있는 신인을 발굴하자는 것이다. 『자기 체질에 맞는 것을 고집스럽게 지켜 가는 미술가가 적은 것이 우리 화단의 문제점이다.
자기만의 세계를 심화시키고 새로운 미의 세계를 발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1회전부터 운영위원을 맡아온 미술평론가 이 경성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해 조각부문 심사위원이었던 정관모 교수(성신여대)는 『초년 대 쏟아져 들어왔던 외국의 여러 양식들이 이제는 작가 개개인의 새로운 미학으로 발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2회 중앙미전의 성과를 말하고 있다.
「우리의 것」으로 점차 안착되어 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는 정 교수는 그러나 출품자들이 지나치게 물량적인 대규모작품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는 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1년에 1,2점의 큰 작품으로 승부를 걸려는 것은 순수예술을 하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배제돼야 하며 소품이라도 꾸준한 제작이 생활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동양화부문에서 심사를 맡았던 오광수씨는 『신인등용문이 넓어진 만큼 참신한 신인도 많이 배출되리라고 기대해왔지만 오히려 모든 공모전에서 거의 비슷한 인상을 받고있다.
기성의 방법에서 맴돈다면 신인이란 아무 의의가 없다. 무엇을 어떻게 새롭게 제기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해 대상수상작인 박대성씨의『상림』과 장려상의 금효숙 작『시공』은 인상적이었다고 오씨는 평한다.
『상림』은 전통적 산수화이기는 하지만 현대적으로 신선하게 해석했으며 『시공』 은 동양화의 소재를 대담하게 확대해 방법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서양화부문은 1회전에 이어 2회전 때도 대상을 내지 못했던 유일한 부문이었다고 작품경향도 몇 가지「패턴」으로 유형화되었으며 완성도이전의 작품도 두드러지게 많았다는 평을 들었다. 『예술이란 기록을 내는 경기가 아니니까 꼭 상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심사위원의 학풍에 마라 눈치작전을 펴는 것은 바로 상에 집착하기 때문인데 전시회를 통해 남과 비교해보고 확인해나간다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심사위원 윤명노 교수(서울대)는 말하고 있다.
「테크닉」은 서투르더라도 성실한 자기 모색이 드러나는 작품이 아쉬웠다고 윤 교수는 덧붙이고 있다.
민 전이 발전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발굴한 신인은 계속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고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조각부문 장려상을 받은 금효숙 씨는『젊은 신인들에게 문을 더 개방해 큰 활력소가 되어주었으면 한다b 심사규정은 완화하되 심사만은 엄격하게 해서 민전 출신 작가로서 긍지를 갖게 해달라』 고 중앙미전에 기대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