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의 ICB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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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공은 지난 18일에 이어 21일 두번째의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실험을 완료했다. 이번 실험에서 중공이 사용한 장거리유두탄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3단계 ICBM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중공은 미·소·「프랑스」에 이어 또 하나의 전략 핵무기보유국으로 부상했다.
중공의 ICBM 개발은 물론 이제 막 시작이 된데 불과하고 미·소는 상대방의 ICBM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고도의 ABM(탄도탄요격「미사일」)체계를 이미 개발해 놓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당장 기존의 세계전략상황을 크게 변동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과장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중공이 장거리 핵운반수단을 개발하게 되었다는 것은 미·소의 부담을 늘려주는 것이 되며 일본·인도·「파키스탄」 기타 동「아시아」 제국들의 긴장된 연쇄반응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중공은 1964년 최초의 핵폭발 실험을 한 직후인 1966년부터「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중공은 본래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핵개발과 동시에 즉각 운반수단으로서는「미사일」개발을 서둘러 왔었다.
1966년 최초로 개발한 것은 준중거리 「미사일」(MRBM) CSS-1로, 현재 약 40∼50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다음에 개발된 것이 중거리 「미사일」(IRBM) CSS-2였다.
CSS-1은 사정거리1천2백 「킬로·미터」의 MRBM인데 그 성능수준은 소련의CSS-4「샌들」과 동등하다는 평가이고 20「킬로·미터」짜리 핵탄두를 적재할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그에 비해 CSS-2는 사정거리 2천8백∼3천2백km의 IRBM으로서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1단계식 중거리 「미사일」이었다. 이 「미사일」은 1971년 이후에 실전 배치되었는데 탄두엔 1「메가톤」급 수폭을 적재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 후 1976년에 중공은 최초의 ICBM CSS-3을 실험발사하는데 성공했다. 이것은 사정거리가 5천5백∼6천5백km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준ICBM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미사일」역시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2단계식 「로키트」로, 탄두엔 수폭을 적재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중공은 대륙간탄두탄으로서의 최소한의 사정거리를 간신히 채울 수 있는 정도에 머물렀던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개발된 CSSX-4는 사정거리가 1만2천 「킬로미터」에 달했다하니 중공도 이제 비로소 본격적인 ICBM시대로 진입했다 할 수 있다.
이번의 신형ICBM은 아직도 액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고체연료의 개발엔 별로 큰 진전을 이룩하지 못한 것 같다.
중공이 ICBM을 다수 확보하여 세계적인 핵 대국이 되려면 아직도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중공이 일단 ICBM의 개발에 착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것이 국제정치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지대한 것이다.
우선 가장 큰 충격을 받을 나라는 소련과 그 동맹국인 「베트남」 동 「아시아」 의 일부 친소국들이다. 소련은 중공의 MRBM과 IRBM, 그리고 이번의 ICBM을 상쇄하기 위해 더 많은ABM(「미사일」요격체계)을 중공쪽으로 배치해 놓아야 하고, 그러한 소련의 핵군비 확장은 당연히 미국의 핵군비증강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이로 인해 미·소간의 전략무기제한협정은 중공의 핵전력증강을 도외시한 채 작성된 「과거의 문서」로 퇴색할 우려가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자극받은 인도와 일본·「파키스탄」이 연쇄적으로 핵과「미사일」개발에 박차를 가할 경우 그 복합적인 핵확산의 와중에 끼인 한반도 주변의 정세 또한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불안한 동「아시아」 전략상황의 전도에 직면해서 한반도의 안정과 한국의 안전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다각적인 연구가 심화돼야 할 때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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