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초 다투는 '응급생명' 살리려 의료진 40명 365일 24시간 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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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이 외상환자의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7월 20일 오후 3시를 조금 넘은 시각. 가천대 길병원 권역외상센터에 교통사고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는 119 구급대의 연락이 접수됐다. 외과·흉부외과 전문의로 구성된 외상외과팀과 응급의학과·신경외과·정형외과 전문의, 응급의학과 전공의·인턴, 외상 전담 간호사, 영상의학과 기사 등 의료진이 순식간에 센터로 모여들었다.

잠시 후 김모(59)씨를 실은 구급차가 센터에 도착했고, 외상외과 유병철 교수 등 의료진은 곧바로 김씨를 소생 구역으로 옮겨 상태를 확인했다. 얼굴 전체가 피투성이가 된 환자는 의식이 없었다. 혈압은 68/42㎜Hg로 정상 수치(120/80㎜Hg)의 절반에 불과했다. 혈압 안정을 위한 응급 수혈과 기도 유지를 위한 기관 삽관, 초음파검사가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김씨의 혈압은 곧 안정을 되찾았지만 환자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정밀진단 결과 다발성 늑골골절, 외상성 뇌출혈, 골반골 골절, 안면 골절, 혈흉(폐에 피가 참) 등이 있었다.

환자는 소생실에서 곧바로 5층 외상 전용 혈관조영실로 옮겨져 골반동맥색전술을 받고 바로 옆 외상 전용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곳에서 적극적인 소생치료를 받은 환자는 이튿날 밤,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했다. 의료진의 빠른 처치와 진단·치료가 이뤄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길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지난 21일 공식 개소했다. 2012년 11월 정부가 선정한 10개 권역외상센터 중 수도권 최초로 지정서를 교부받은 것이다. 권역외상센터는 365일 24시간 전국 어디서나 1시간 이내 중증 외상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전문치료센터다.

길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중증 외상환자 발생 시 곧바로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하는 시스템과 24시간 대기 중인 의료진, 언제라도 검사 가능한 장비와 시설을 갖췄다. 10명의 외상 전담 전문의를 포함한 의료진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외상 환자 수술이 가능하다.

권역외상센터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최적의 치료’를 목표로 1층 소생 구역, 3층 외상 전용 수술실, 5층 외상 전용 혈관조영실 및 중환자실, 10층 외상 전용 병상으로 구성돼 있다. 외상 환자가 처음 센터로 들어오면 만나는 1층 소생 구역은 기존 응급실보다 규모는 줄이는 대신 환자와 의료진의 동선을 최소화했다. 환자 발생 시 소생실에서는 중증 외상으로 의식을 잃거나 출혈이 심한 환자를 응급처치한다. 의료진은 이동할 수 있는 진료용 컴퓨터 및 모니터로 환자 곁에서 진료 기록, 진단 영상 등을 확인한다. 분초를 다투는 응급상황 시에는 소생실 맞은 편에 위치한 소수술실에서 곧바로 수술한다.

초응급 상황만 아니라면 3층에 위치한 외상 전용 수술실에서 담당한다. 소수술실 바로 옆에는 X선과 컴퓨터단층촬영(CT)이 가능한 검사실이 있어 지체 없이 진단이 가능하다. 외상관찰구역의 6개 베드에서는 소생실에서 처치를 마친 환자의 상태를 관찰한다. 환자 상태에 따라 5층 외상 전용 중환자실로 옮기거나, 일반 병실로 입원시킨다.

외과 4명, 흉부외과 4명, 정형외과 1명, 신경외과 1명 등 10명의 외상 전담 전문의가 3개 팀을 구성해 24시간 환자를 돌본다. 이들을 중심으로 응급의학과·영상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전문간호사 등 약 40명이 권역외상센터에 소속돼 진료한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속적으로 외상 전담 전문의를 충원하고 있으며, 전담팀은 향후 5개 팀으로 늘릴 예정이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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