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추 기 굉음에 3천만의 소망을 건다|구멍 뚫기 시작한 한일대륙붕 공동개발 5소구|석유유무 2 ∼3개월 지나면 알 수 있어|석유가 확인돼도 채유 까지는 빨라도 3년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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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일대륙붕공동개발구역 제5소구의 시추작업이 드디어 시작됐다.
산유국의 꿈을 키워 온지 10년,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에 서명한지 6년3개월만에 시추 선을 띄우고「드릴·파이프」를 꽂았다.
빠르면 두달, 늦어도 석달 뒤면 기름이 묻혔는지 여부가 판가름난다.

<7소구는 8월초에 시추>
지난 72∼75년 사이에도 동·서·남해에 모두 6개의 시추 공을 팠다가 허탕친 일이 있다. 경제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륙붕가운데 가장 유망한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희망을 걸고 있다.
한일대륙붕 공동개발구역은 부산에서 남쪽으로 3백∼4백km떨어진 해역을 말한다. 우리측이 선언한 7광구와 4 ,5, 6광구의 일부가 들어 있다. 면적은 약2백42만평.
이 지역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l2년 전인 68년. 당시「에카페」 (「아시아」극동경제위원회)가『동지나해 대륙붕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 있을 가능성이 많은 배사구조가 발달돼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한일양국이 서로 자국의 대륙붕이라고 주장했다가 72년 정기각료회의에서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그 후 74년에 대륙붕 개발협정에 서명하고 78년에 비준서를 교환했으며 79년3월 소구별 운영권 자를 지정하고 10윌30일부터 12월3일까지5, 7소구에 대한 물리탐사를 실시했다.
올 들어 3월에는 5소구와 7소구의 시추위치를 확정했으며 마지막 관문인 어업권조정이 4월에 끝남으로써 이번에 시추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지점은 북위30도58분46초, 동경1백26도41분51초. 현지의 수심은 95m, 해저3천5백m정도 파 내려갈 계획이다.
일본측 조광권자인 일본석유에 의한 5소구시추가 끝나면 우리측 조광권자에 의해 7소구 시추도 8월초에 시작된다. 그리고 6, 8소구에 대한 시추도 잇따라 계속된다.
석유시추는 현대과학으로도 극히 어려운 일에 속한다.
우선 인공위성이 보내는 전파를 받아 정해진 시추지점에 정확하게 시추 선을 옮긴다. 다음에는 배가 움직이지 못하게「앵커」를 내리고 시추 탑을 바로잡아 파내려 간다.
시추 선에는 「잭업」 식 (각주승강식)· 부선식·반잠수 식이 있다. 「잭업」식은 시추선 밑에 다리를 내려 해저암반에 고정시킨 뒤 시추하고 옮길 때는 다리를 들어올려 이동하는 것으로 보통 수심 70m 이내의 얕은 곳에서 이용된다.

<용선료 하루에 4만 달러>
부선 식은 시추 선을 바다에 띄운 채 「앵커」 만 내려 작업을 하는 것으로 수심 3천m이상의 경우에 쓰인다. 반 잠수 식은 시추선 밑에 커다란 부대를 장치, 시추할 때는 바람을 빼고 반쯤 잠수한 뒤「앵커」로 선체를 고정시키며 옮길 때는 바람을 넣어 부상시킨 뒤 이동한다.
5소구의 시추를 맡은 백룡3호도 바로 반잠수 식. 일본 해양 굴삭 주식회사(JDC)가 74년 건조한 1만6백9t급. 배의 크기는 가로l백1m, ,세로67m, 높이35m의 직사각형이며 항속8·5「노트」. 최고 9천1백m까지 파내려 갈 수 있다. 갑판 위에는 대형「헬」기가 뜨고 앉을 수 있는「헬리포트」,1천9백50t을 들어올릴 수 있는「크레인」및 5대의 발전기, 98개의「베드」가 있으며 수심3백m이내의 해역에서 시추작업이 가능하다. 배를 받치는 기둥은 직경 10m짜리 가 4개, 7m짜리 가 4개 등 모두 8개이며 20t짜리「앵커」8개가 배를 고정시켜준다.
이 배의 용선료는 하루 4만 「달러」로 5소구에서는 일본석유와 「텍사코」 , 7소구에서는「코암」사와 일본석유가 용선료를 지불한다.

<이수에 섞인 돌가루로 판단>
시추 선에 각종 기자재와 음식물을 공급할 보급선은 3척.「싱가포르」선적의「재규어」호(7백90t),「마그네티」호(4백98t)와 서독선적의 「알렉산더텀」호(7백40t)다. 이 보급선들은 부산시 감만동 조공보급기지와 시추선 사이를 번갈아 오가며 물자를 수송한다.
보급선과 함께 「헬리콥터」 도 동원된다. 「헬리콥터」 는 제주공항을 기지로 시추 선에 인력을 수송한다. 이번에 쓰이는「헬」기는 우리 나라의 대한항공과 일본의「아사히」항공이 공동으로 운영하는「프랑스」제18인 승「헬」기다 .최대항속거리 8백km, 항속시간 3시간, 최대적재량 3천2백kg, 제주공항에서 시추지점까지 비행시간은 1시간l5분 걸린다.
시추 공을 팔 때는 우선 강관을 시추공 외부에 박는「케이싱」작업을 한다. 「케이싱·파이프」를 박는 이유는 암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케이싱·파이프」바깥쪽으로는「시멘트」로 옹벽도 쌓아 내려간다.
시추「파이프」의 끝에는「비트」라고 하는 특수 강철로된 굴착기가 달려있다. 암석이 단단할 때는「다이아몬드·비트」를 사용한다. 「비트」의 크기는 직경36「인치」짜리 에서 20「인치」짜리 까지 있다.
이「비트」가 시추 탑의 조종에 따라 빙글빙글 돌면서 바위를 부수고 파 내려가는 것이다.「드릴·파이프」안쪽으로는「머드」(이수)라고 하는 흙탕물을 넣고 위에서「펌프」질을 한다. 그러면「머드」는 압력에 의해 굴착기 끝부분 까지 내려갔다가「파이프」바깥쪽을 통해 해면으로 밀려나온다. 「머드」는「벤토나이트」에 몇 가지 화공약품을 섞어 만든 것으로 시추작업에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한다.
시추할 때 생기는 암반의 공백을 메워 시추공의 붕괴를 막고 지하암벽으로부터 나오는 물·「가스」등 고력도의 부작용을 막으며 「비트」가 부숴 생긴 돌가루를 해면으로 올려보내고 굴착기계의 윤활 작용을 돕는다. 수천m의 시추 공을 안전하게 파내려 갈 수 있는 것은 이「머드」의 덕택이다.

<구멍1개 파는데 7백만 불>
이수 에 섞여 외부로 나온 바위조각이나 돌가루를 갖고 검층을 한다. 검층을 통해 전문가들은 지하 암층의 생성연대와 고생물생태, 암석의 종류, 유징의 여부를 가린다. 검층에서 유징이 없으면 시추작업을 중단하지만 석유가 있는 것이 확인되면 평가 정을 뚫고 유전평가작업에 들어간다. 우선 저유층의 폭·길이·심도·석유의질·생산단가를 분석한다. 이 자료들을 종합해 경제성 유무를 따진다.
이 같은 평가작업을 통해 일단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비로소 생산시설을 하게된다. 우선 시추지점과 그 주변에 생산 공을 파고 「플랫폼」 을 설치하며 저유 「탱크」 · 「파이프· 라인」 시설을 한다.
5소구의 경우 전문가들은 6천만 「배럴」이상만 매장돼있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나라의 사용량1백일 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시추공 한 개를 파는데는 약 7백만 「달러」가 들며 생산시설비까지는 2억「달러」가 든다.
유전평가에 1∼2년, 생산시설을 하는데 2∼3년이 걸린다. 따라서 이번의 시추가 운 좋게 성공해 생산시설을 빨리 갖춘다해도 최하3년 뒤에나 기름을 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반적으로 시추의 성공률은 10%미만이라고 한다. 최근8년 간의 통계로는 시추 공을 파서 1백만∼1천만 「배럴」짜리 유정을 발견하기는 60분의1, 1천만∼5천만「배럴」짜리 는 7백 분의1, 5천만 「배럴」 이상 짜리를 발견하는 것은 1천7백 분의l의 확률이라는 것이다.
공동개발구역시추의 성공이나 매장량에 대해선 지금단계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유전평가를 해야만 추정 치나마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야기들은 많다.
전문가들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의 「사파니아」유전에 필적하는 대유전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미 해군 보고서는 50억「배럴」,미「카네기」보고서와 일본정부는 20억 「배럴」, 일부 인사는12억 「배럴」 에서 62억 「배럴」로 보기도 한다.
글 신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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